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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중기, 현지 경쟁사 특허 공격에 속수무책

해외 박람회에 물건만 전시하면 끝나는줄 알았다고요?

글로벌 특허에 무신경한 관행 탓

지재권 소송 → 압류사례 잇달아

사전준비로 분쟁 대응력 키워야


# 쇼핑 카트 국내 1위 제조업체 삼보는 지난 2008년 유로샵 박람회에 참가했지만 일부 제품을 전시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독일 경쟁사가 현지에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졌기 때문. 그로부터 3년 후 다시 열린 박람회에서는 더 큰 수모를 겪었다. 경쟁사의 세관 압류 요청이 받아들여져 박람회에 참석하기도 전에 부스 전체가 철거됐다.

지적재산권 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은 삼보는 독일 현지 특허 사무소에 자문을 구했다. 현지 특허 사무소는 잠재적 특허 침해 위험이 있는 3개의 관련 특허를 선정한 후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3개의 방어 서면을 작성했다. 이 회사는 최근 유럽에서 열린 박람회에서는 전시 물품을 실은 컨테이너가 함부르크 항에 선적되기 10일 전 주요 도시 세관 지적재산권부에 방어 서면을 제출했고, 압류 없이 무사히 박람회를 마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의료기기 업체 A사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했다. 첫 교두보로 생각한 것은 2012 베를린 국제 가전 박람회(IFA). 하지만 해외로 나가기도 전에 문제가 터져 버렸다. 스위스의 경쟁업체에서 미리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알고 보니 스위스 경쟁업체는 대만, 중국 등의 기업이 유럽 본토에 진출하자 미리 싹을 자를 생각으로 아시아 각 국마다 요주의 기업을 골라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 결국 A사는 다음해 패소했고, 무효소송을 제기하자 스위스 경쟁업체는 디자인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현재 1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는 수익의 1/10을 소송비용으로 쓰고 있고, 유럽 진출은 그만큼 지체됐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휴대기기를 일반 디스플레이기기에 연결할 수 있는 커넥팅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인 B사와 C사는 지난해 열린 IFA전시회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전시회 출품 한달 전 'HDMI Licensing LLC'로부터 상표를 사용한 케이블을 전시하지 말 것을 경고받았다. 위반시 법원명령을 받아 전시회장에서 물품을 압류할 것임이 명시됐다. 'HDMI'는 'HDMI Licensing LLC'라는 단체에 의해 통신용 케이블 등에 등록된 상표로 이 단체에 가입한 기업만 사용을 허락한다.

이들 업체는 부품을 공급받은 한국업체가 상표를 사용할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믿었으나 조사결과 해외에서는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부품을 유럽에서 구입한 것으로 교체해 출품해야 했다.



23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유럽에 진출하려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발도 디디기 전에 현지 경쟁사들의 지적재산권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해외시장 진출 관문인 현지 전시회ㆍ박람회에 참가하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ㆍ상표권 소송을 제기해 가처분 및 국경압류, 세관압류, 형사조치 등의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

이처럼 특허 공격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유럽 선진국의 원천기술을 국산화하면서 국내에만 특허를 등록해온 오랜 관행이 주된 이유다. 글로벌 특허 출원이 안돼 있어 해외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견제를 받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셈이다. 특허 관련 전문 인력이 없는 등 중소기업들이 지적 재산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황은정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특허지원센터 IP분쟁대응그룹장은 "여전히 박람회에 물건만 전시하면 되는 줄 아는 중소기업들이 부지기수"라며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특허 소송으로 해외 진출이 좌절되는 것은 물론 소송비용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는 기업들이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최근에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왔다면 즉시 반대 논거를 마련해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에서 즉각 심리하도록 요구하는 게 가장 좋은 방어책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국경압류와 세관압류의 경우 해당 제품이 현지 국가에 도착하기 전에 세관에 방어 서면을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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