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후유증이 너무나 크고 길게 이어지고 있다.
카드업계가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졸업, 새 학기 맞이 마케팅이나 폭설로 인한 한시적 결제 유예 서비스 등 평소 같으면 이미 시행했을 대고객 이벤트를 줄줄이 유보하고 나섰다. 금융당국과 동종업계의 눈치를 보는 것인데 업계 전체의 파이가 과도하게 쪼그라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은행계 A카드사는 신학기를 맞아 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하는 대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무이자할부 행사를 실시하려고 준비까지 다 해놓은 상태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정보 유출 3사가 영업정지를 당한 상황에서 튀는 행동을 보여 동종업계의 눈총을 받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정보 유출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시점에 사태를 피해갔던 한 카드사가 정보 보안을 강화한다고 튀는 행동을 벌였다가 금융당국의 질타를 받은 사례 등을 염두에 두고 대고객 행사를 잠정 보류하고 있다.
대고객 이벤트뿐만 아니라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도 대체로 자제하는 편이다. 은행계 B카드사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 '국가 소비자중심 브랜드 대상' 등 평소 같았으면 보도 자료를 배포했을 법한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정도로 그쳤다.
사회 공헌적 차원의 행사도 보류 중이다. 기업계 B카드사는 폭설이 내렸던 강원도 지방에 한해 카드대금 상환 유예 등 자연재해 피해 회원에 대한 이벤트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현 시기에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옳은지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려 결국 적정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카드사들은 현재 유통업체·대형마트 등과 제휴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자제하고 온라인에서 소규모로 타깃군을 정해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고객 행사를 갈음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의 경우 설맞이 이벤트 등 평시와 다름없이 행사를 진행했으며 폭설·기름 유출 피해 기업 및 조류독감(AI) 피해 중소기업 금융 지원 등 금융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카드업계는 카드업의 특성상 다른 금융권과 다르게 '마케팅'이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업종인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금융당국과 언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어 마케팅을 못하고 있다"면서 "어떤 카드사라도 선제적으로 이벤트를 실시해 물꼬를 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