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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대박산업] 황금알 시장 “이젠 양지로“
입력2003-10-20 00:00:00
수정
2003.10.20 00:00:00
한영일 기자
벤처기업에 다니는 서정수(32) 과장은 주말에 직장 동료들과 강원랜드를 다녀올 예정이다. 카지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큰 규모의 노름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서 과장은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게임을 하면 가끔씩 이 같은 주말 여행은 효율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김형선(38)씨는 한달에 한 두번씩은 주말을 이용해 경마장에 간다. 한탕잡기 차원이 아니다. 부인과 두 아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다. 물론 소액의 베팅도 한다. “넓은 잔디에 탁트인 운동장은 마치 유원지 같습니다. 도시락을 싸와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 무척 맛있습니다. 게다가 2~3게임 1,000원 정도 배팅도 하면 훨씬 흥미진진하고요. 한마디로 일석이조입니다.”
대기업 영업사원인 정진석(29)대리는 매주 월요일 1만원어치 로또 복권을 구매한다. 제대로 한 번 맞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행운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일주일간 희망을 품고 즐겁게 지낸다고 한다.
경마와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 등의 사행성 오락산업이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주5일 근무제 특수에 따른 레저산업으로 당당히 자리잡으면서 속칭 `대박산업`의 날개를 화려하게 펼치는 중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내놓은 `2003 레저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오락산업(경마ㆍ경륜ㆍ경정ㆍ강원랜드 카지노ㆍ복권)의 시장 규모는 13조9,499억원으로 2001년보다 30% 이상 늘었다. 복권을 제외한 연간 이용객수도 지난해 2,315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21.5% 늘었다.
대박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경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98년 2조9,496억원의 매출은 99년 3조3,200억원, 2000년 4조6,229억원으로 뛰었고, 급기야 2001년 6조원대를 넘어선 뒤 지난해는 7조6,491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27.5%라는 놀라운 신장세다. 하루평균 입장객만해도 17만명에 달한다.
경륜도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지난 94년 고작 16억원의 매출에서 출발했던 경륜은 이후 급피치를 올리며 99년 5,955억원을 찍은 뒤 2000년(1조2,243억원) 마침내 조 단위로 올라섰다. 지난해는 전년대비 32% 늘어난 2조2,89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입장 인원 역시 94년 6만410명이던 것이 지난해 528만여명으로 100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30회까지 362만여명이 경륜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돼 불경기속에서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경정도 10월 현재 매출이 2,391억원에 이를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경마, 경륜과 함께 새로운 레저산업으로 한 축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선 폐광지역에 들어선 강원랜드 카지노 역시 대박산업의 `핵심 멤버`로 손색이 없다. 2000년 909억원의 매출은 2001년 4,620억원으로 고공상승한 뒤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1년과 2002년 모두 당기순이익만 2,000억원이 넘었다. 올해 일평균 입장객도 전년대비 42.7% 증가한 상태다. 이 같은 수치는 스몰카지노를 대상으로 한 결과여서 메인카지노가 정상 운영되면 연 매출액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은 거위인 셈이다.
대박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는 역시 복권. 지난해말 시작된 로또복권을 통해 복권시장은 말 그대로 대박산업의 핵심으로 우뚝 섰다. 복권시장 규모는 작년 말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는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권판매가 급증하면서 판매액에서 30%를 떼내 조성하는 공익기금의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로또를 통해 지난 6월말까지 조성된 공익기금은 총 6,600억원에 달한다.
대박산업이 이처럼 경기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행산업`이란 오명을 벗고 어엿한 레저산업으로 자리잡으며 이용객의 연령층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30~50대의 중장년층이 주로 찾던 경륜장과 경마장은 이제 젊은 연인이나 가족단위의 입장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경제난에 따른 한탕 심리도 사행산업이 팽창하는 한 요인인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로또복권처럼 대박을 노리는 서민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경마나 경륜 등이 예전과 달리 건전한 레저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주 5일제 근무 도입으로 휴일이 늘어나면서 대박산업의 수준이나 규모는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철수차장(팀장),조충제,강동호,홍준석,한영일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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