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인지 사람인지 분간이 안될 형체가 무대 위에 뒤섞여 떠들썩한 말장난과 노래 그리고 흥겨운 춤을 쏟아낸다. 극단 우투리가 11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홍동지놀이'에서다. 연극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교수로 있는 김광림 씨가 자신의 희곡 '홍동지는 살아있다'(1992년)와 '꼭두각시놀음'(1996)을 바탕으로 희곡을 새로 쓰고 연출도 맡았다. '홍동지'는 우리 전통의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온몸이 붉고 힘살이 울퉁불퉁한 벌거벗은 인형을 말한다. 극중에서 홍동지는 사람이기도 하고 인형이기도 하다. 배우들이 만들어내는장면과 사람 절반 만한 크기의 인형들이 만들어내는 극중극 장면이 교차하는 '홍동지놀이'에서 홍동지는 어디서나 주인공이다. 가식과 허위를 내던지고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선사하는 홍동지는 해학 넘치는 언어와 유쾌한 웃음을 쏟아내며 연극을 이끌어간다. 줄거리ㆍ주제ㆍ구성 등 연극의 기본 골격 대신 시끌벅적하고 감칠맛 나는 대사와 장단 그리고 말과 노래가 뒤섞인 해학과 흥겨운 춤이 부각되는 이 연극은 기승전결이 분명한 서구 연극과는 사뭇 다른 유희성을 띠고 있다. 사람은 관절에 따라 움직임이 끊어지는 분절 인형처럼 움직이는 반면 인형은 사람처럼 움직이는 등 경계가 모호한 인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뚜렷이 구분할 수 없는 무대와 객석, 그리고 본질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은 양반과 상놈 등의 설정도 신선하다. 연극은 설정을 통해 절망이 희망이 되고 높은 자가 낮은 자가 되는 '인생유전'이 우리가 사는 인생의 속성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3675-3677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