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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균형재정 물건너 가나
입력2002-09-06 00:00:00
수정
2002.09.06 00:00:00
태풍피해지원 추경예산 3조이상 편성땐가용재원 1조 5,000억 불과… 긴축 불가피
태풍 '루사'의 피해로 나라 살림살이에 비상이 걸렸다. 피해복구를 위해 추경예산 편성은 물론 내년 예산을 감축 편성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균형재정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6일 중앙재해대책위원회를 열고 5일 현재 태풍피해 중간집계액이 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집계가 늦었던 강원 지역의 피해보고가 마무리돼 최종집계가 크게 늘지는 않겠지만 예년의 경우 재해로 인한 추경예산 규모가 피해액의 1.5~2배에 달했다는 점에서 대규모 추경예산의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추경예산 편성 얼마나 될까
적어도 3조원 이상에 이를 전망이다. 피해액의 최종집계와 복구비용 및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피해 주민간의 비용 분담률이 나와야 정확한 추경예산 규모의 산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피해규모를 감안할 때 최소한 3조~4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피해액이 10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해 관련 추경예산의 규모는 피해규모보다 큰 것이 예년의 사례. 가령 유실된 교량을 새로 만든다면 이전보다 튼튼하고 규모도 큰 교량으로 건설하는 경우가 많다.
복구비용에서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전기ㆍ가스ㆍ전화사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비용투입, 주민 부담금 등을 감안해도 피해규모와 비슷한 추경예산 편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마땅한 재원이 없다
정부가 태풍피해 복구에 쓸 수 있는 돈은 최대 6조4,000억원 수준.
예비비에서부터 세계잉여금까지 모두 합치면 이를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돈은 극히 제한적이다.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의 경우 1조3,000억원 가운데 남은 돈은 2,911억원과 국고채 미발행분 3,500억원뿐이다.
여기에 공기업(KT) 매각 초과수입분 1조3,000억원과 한은 잉여금 1조9,000억원, 세계잉여금 2조4,000억원, 국고채 미발행분 3,500억원 등을 합하면 추경편성 가용자금은 5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 정도면 부족하지는 않다.
▶ 내년 예산 감축 불가피
문제는 재원이 있다고 모두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점. 올해 여유자금을 모두 쓸 경우 정부의 경기대응 수단이 제약을 받게 된다. 세부항목을 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가용자금 내역도 문제다.
우선 2조4,000억원의 세계잉여금도 28%를 잘라 교부금으로 납부하고 이미 한은 차입금 상환용으로 나간 자금을 고려할 때 활용 가능금액은 1조5,000억원 정도다.
공기업 매각 초과수익 1조3,000억원과 한은 잉여금 1조9,000억원도 내년 예산의 세입으로 확정된 상태다. 이 자금을 활용해 추경예산을 짠다면 내년 예산은 그만큼 부족하게 된다는 얘기다.
▶ 균형재정 어렵다
정부의 가용자금이 없어진다는 점은 돈을 빌리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결국 정부가 적자보전용 국채발행을 할 수밖에 없고 균형재정도 어려워진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정부 내에서도 '더 이상 균형재정에 얽매이지 말자'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그러나 정부는 균형재정 목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은 6일 "기존 예산과 예비비를 활용하고 추경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 어려워진 예산여건을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예산처는 이르면 다음주 화요일 열릴 국무회의에 추경예산 편성 기본방향을 보고할 계획이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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