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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

제2보(19~31)


대국자 두 사람의 얼굴은 대조적이다. 위빈은 뚱뚱하며 얼굴이 찐빵처럼 동그랗다. 장쉬는 호리호리하다. 기풍 또한 용모를 닮아 있다. 위빈은 급전보다 지구전을 즐기며 확실히 유망한 입지조건이 아니라면 전투보다 타협쪽을 선택한다. 그러나 장쉬는 구실만 있으면 싸움을 지향한다. 공통점이라면 신중하다는 점이다. 절대로 경거망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장쉬 역시 노인처럼 노련한데 그것은 그의 스승인 린하이펑(林海峰)의 영향 때문이다. 격렬한 전투를 즐기면서도 여간해서는 칼을 뽑지 않는 것이 린하이펑의 기풍 아닌가. 백20이 놓인 시점에서 다시 위빈은 장고 7분. 검토실에서는 참고도1의 흑1이 유력한 수로 거론되고 있었다. 그것이면 흑5까지로 급전인데 위빈은 싸움의 입지조건을 강화하기 위해 먼저 23으로 상대의 의중을 물었다. 우변의 백과 하변의 백을 동시에 추궁한 수였다. 장쉬는 5분 만에 24로 응수. ‘그렇다면’ 하고 위빈은 25로 움직였다. 아마추어들은 ‘이런 수도 있나’ 하고 흑25를 이상하게 보기 쉽겠지만 지금은 이 수가 최선이다. 참고도2의 흑1이면 백은 두말없이 2로 모양을 갖출 것이다. 계속해서 흑3에도 곱게 4로 물러날 것이다. 흑으로서는 백이 이런 식으로 모양을 갖추는 것이 싫다.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는 격언을 따라 급소 자리인 25부터 선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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