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엠 아이?(나는 누구인가?)’ 매일 같이 이런 질문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기억 상실과 다중 인격 증세를 겪고 있다.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해리 장애’ 편을 8일 오후 11시15분에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기억 상실과 다중 인격 장애 등의 사례를 통해 아직 우리 사회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해리(解離) 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해리 장애’란 의학 용어로 분해되어 떨어진다는 뜻이다. 사람은 외부로부터 강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이를 잊거나 회피하기 위해 기억을 잃어버리거나 다중 인격 등의 증세를 보인다. 이를 ‘해리 장애’라고 한다. 즉 ‘해리 장애’는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기제의 일종이다. 15살의 호진이(가명)는 작년 여름 갑작스러운 발작과 함께 그 동안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호진이는 부모를 알아보지 못하고 동생을 형이라고 불렀다. 호진이의 정신 연령은 초등학생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진이의 증상은 ‘해리성 기억상실’. 호진이가 이러한 증상을 보이게 된 것은 학교 친구들의 괴롭힘과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한 로버트 옥스남(사진) 박사는 대표적인 ‘해리성 정체성 장애’ 환자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는 한 사람이 다중 인격을 보이는 증세다. 그는 한 때 11개였던 인격이 지금은 3개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증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미신이나 비과학적 치료수단에 쉽게 의존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경우 자칫 증세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제작진은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리 장애가 무엇인지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며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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