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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디자이너, 직접 만든 제품으로 세상을 노크하다
디자이너브랜드의 도전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쌈지 낸시랭
김군선 '가구다운'
홍운 주얼리
Y&Kei
원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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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獨裁), 독선(獨善), 독단(獨斷)… 독(獨)자가 들어간 단어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이 글자가 들어간 단어 중 딱 하나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있다. 그건 바로 독창(獨創)이다. 나는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경의을 표한다.
우리 선조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 백자를 가져다가 채색한 자기를 만들었다. 그들은 이 것을 유럽에다 팔아 큰 돈을 벌었다. 도자기의 상품화에는 뒤졌지만 디자인에 관한 한 한국인들은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또 한국 디자인은 사람 중심이다. 예를 들어보자. 서양은 식탁이 매일 그 자리에 있지만 한국 사람은 밥을 먹으면 식탁을 치운다. 서양에는 침대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켜 없앤다. 이 것은 사람과 물건 사이의 대화이다. 한국 디자인의 원류와 김영세의 디자인이 들어맞는 것은 이 같은 유연성(Flexibility)때문이다”
지난 24일 논현동 이노타워에서 열린 이노디자인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행한 축사의 일부다. 이 전장관의 축사는 디자인이 무엇이며, 그로 인해 우리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무엇인지를 축약하고 있다.
이 전장관의 말 처럼 디자이너 브랜드는 디자이너의 이름이나 고유의 브랜드를 앞세우는 만큼 제품에서 디자인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하다. 디자이너의 창의력이 곧 브랜드의 가치인 셈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디자이너 브랜드다.
구찌,에르메스나 루이뷔통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들도 가내 수공업으로 시작해 디자인 가치를 인정 받은 제품들이다. 이들 제품들은 디자이너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이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꽃망울은 마침내 국내에서도 움트고 있다.
한 해 3만 명의 디자인 관련 학과 학생들을 배출하고, 인구 100만 명에 불과한 디자인의 메카 밀라노에 3,000 명의 유학생을 보내고 있는 디자인 강국 대한민국은 이제 디자이너 브랜드를 통해 그 동한 쏟아 부은 노력의 결실을 거둘 참이다.
이 번주 리빙&조이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다.
디자이너브랜드의 사전적 의미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상표로 쓰는 브랜드’를 지칭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까지 포괄적으로 기사화 했음을 밝혀둔다.
감성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이노디자인 태극문양 'T라인' , 뉴욕入城패션 'Y&Kei' 눈길
얼마 전까지 디자인 컨설팅 작업은 의뢰 기업과 디자이너 간에 이뤄지는 갑과 을의 용역관계였다.
하지만 이제 디자인 컨설팅은 그 개념 자체가 변하고 있다.
제조업체와 디자이너 간의 관계가 파트너 개념으로 전환하면서 제조업체의 브랜드에 '디자인 바이 00'(Design by 00)이라는 또 다른 요소가 더해지는 형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기존의 소품종 대량 생산의 추세가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변곡점과 맞물리면서, 또 '일단 눈에 띄는 물건이라야 팔 수 있다'는 감성적 마케팅의 기법과 어우러지면서 디자이너 브랜드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다음은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한국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다.
■이노디자인의 태극문양 T라인
이 같은 트렌드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고한 것은 레인콤의 MP3 '아이리버'시리즈였다.
이노디자인이 디자인 한 아이리버 시리즈 3종은 무려 4,5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며, 제품에서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줬다.
이후 이노디자인은 동양매직의 가스렌지 '랍스터', 계양공구 등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시대의 도래를 예고 하더니 지난 2004년 당대 최고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만을 엄선, 작품을 제작하는 미국 디자인메이커 '애크미'(Acme)에 태극문양 제품들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일반화 됐던 패션ㆍ의류, 전통가구에 현대적인 공산품의 합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가능성을 확인한 이노디자인은 태극문양의 컨셉으로 다양한 제품의 라인업을 갖춰서 오는 9월 본격적인 런칭을 계획하고 있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태극의 곡선 라인과 직선 괘의 문양을 바탕으로 디자인컨셉을 잡아나갈 계획"이라며 "기존에 제작한 만년필, 지갑, 그릇외에 T라인이라는 브랜드로 더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T라인의 런칭은 태극에 있는 직선과 곡선을 한국의 대표 이미지로 변형시켜 세계에 알리려는 내 디자인 작업의 소명"이라며 "한영(韓英)수교 120주년을 맞아 오는 5월영국 런던 디자인뮤지엄에서 T라인 제품을 전시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쌈지 낸시랭 라인
생활 속에서 영감을 얻고, 대중을 지향하는 팝아티스트들도 디자이너 브랜드 또는 제품 라인을 론칭하는 추세다. 최근의 팝아티스트들은 최근 영화, 음악, 광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과 제품의 결합을 통해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하려면 루이뷔통의 전통적 모노그램 가죽에 앙증맞은 빨간 체리가 들어간 '루이뷔통 무라카미 백'을 연상하면 쉽다. 이와 함께 영국의 전위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이 롱샴과 손잡고 만든 가방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의 중심은 '아티스트들과의 즐거운 만남'에 있다. 아티스트에게는 대중의 공간에서 '상품'이라는 창조물을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브랜드로서는 팝아티스트의 독창성을 상품에 더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최근 한국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최근 쌈지와 손잡고 '디자인 바이 낸시랭' 제품 라인을 출시했다. 쌈지의 올해 봄ㆍ여름 상품에서는 낸시랭이 직접 디자인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제품은 발랄하고 독특하다. 낸시랭의 톡톡튀는 개성이 제품 디자인에 그대로 녹아 있어 '팝아티스트로서의 예술성과 개성을 제품 디자인(product design)으로 옮겨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고 실험적인 작가의 색다른 시각과 패션감각이 제품의 디자인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놓고 있는 셈이다.
■양산가구에 대한 대응문화-가구다운
가구업계에서는 '가구다운'을 디자이너 브랜드로 꼽을 수 있다.
김군선(45) 가구다운 사장은 소목(小木), 대목(大木)일을 하던 외할아버지와 소목일을 하던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구를 만들고 있다.
김사장의 부친은 이 때부터 조선시대의 가구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김사장은 아버지 심부름을 하면서 나무의 결과 성질을 어깨너머로 익혔다.
81년 홍익대 공예과 입학한 그는 목공예를 전공하면서, 대학생디자인학술세미나 등에 적극 참여, 이론 공부를 했다.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현대식 가구업체의 대응 문화로서 전통적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살린 공방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 무렵이다.
86년 그는 마침내 '가구다운'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사장은 조선시대 가구에 서구식 가구의 장점을 접목하고, 여기에 우리의 좌식 생활, 온돌문화, 사계절에 따른 습도 및 온도변화 까지 감안한 가구를 생산하고 있다
김사장은 "세상에는 팔려나가는 순간 제품으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물건도 있다"며"내가 생각하는 작품과 소비자가 생각하는 상품의 간격을 좁혀나가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멋 없이 찍어낸 제품은 싫다"
프레타 포르테의 한복 '원빔'에 제품마다 모양 다른 '홍운'도
■할리우드 스타들이 입는 Y&Kei
지난 93년, 젊은 디자이너 부부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오픈한 '오브제'라는 옷가게가 강남 멋쟁이들 사이에서 서서히 입소문을 탔다. 작은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입소문은 대단했다. 갤러리아, 롯데 등 대형 백화점의 입점 요청이 들이닥치더니 '오브제'는 어느새 유명 브랜드가 됐고 이듬해에는 법인 전환 후 코스닥에 진출했다.
마흔 세살 동갑내기 디자이너 부부 강진영 윤한희 씨의 성공 신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01년에는 그간 꿈꿔왔던 하이-엔드 디자이너를 브랜드 'Y& Kei'를 론칭해 뉴욕 진출을 시도했다. 남들은 "웬 뉴욕이냐, 뉴욕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아느냐"며 말렸지만, 부부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집결지인 뉴욕 소호 거리에 매장을 열었고 2002년 봄 세계 3대 패션쇼인 뉴욕 콜렉션에 참가해 마크 제이콥스 등 톱 디자이너들과 진검 승부를 벌였다.
현재를 기준으로 보자면 결과는 대성공이다. 2002년 이후 연 2회 열리는 뉴욕 콜렉션에 계속해서 출품한 결과 현재는 뉴욕타임즈, 뉴욕포스트 등 유명 미디어에서 'Y& Kei'라는 브랜드가 기사로 다뤄지고 있다. 2003년 1월에는 미국의 권위 있는 패션 단체인 '패션 그룹 인터내셔날(Fashion Group International)'이 강 씨 부부를 '올해 최고의 신인 디자이너'로 꼽고 '떠오르는 별'(Rising Star)이라는 이름의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패션 인터넷 사이트 스타일닷컴(style.com)이 "Y& Kei'의 2006년 봄ㆍ여름 컬렉션은 완전히 반할만한 것이다"고 논평했다. 뿐만 아니라 'Y& Kei'는 귀네스 펠트로 등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즐겨입는 브랜드로도 명성을 굳힌 상태다.
올해로 론칭 6주년을 맞이한 뉴욕, LA 베버리힐스, 플로리다 등 전세계 80여 곳에서 팔리는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장했다. 디자이너 브랜드에 경우, 지명도와 매장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단순한 물량증가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한국 브랜드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의미다.
■세계에 알린 한복의 고운 색-원빔
한복 분야의 제1호 박사학위자인 원혜은 대표(49)의 '원빔'은 한복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지난해 9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레타 포르테'에 초청받아 패션 업계의 주류 시장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고, 국내에서는 MBC TV 드라마 '다모'와 KBS TV '제국의 아침'의 한복을 제공하는 등 꾸준히 전통 복식문화를 알리고 있다.
원빔은 높은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 브랜드의 특성인 '부티크 형태'의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작품성 때문. 디자인 하나를 완성해 기성복 형태로 양산할 경우 규모를 확대할 수 있지만, 한 벌의 옷이 지닌 고유의 작품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철저한 주문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매장은 서울 역삼동에 1개 뿐이다.
원 대표는 웨딩 산업과의 연계 판매 방식 또한 거부한다. 한복 시장이 웨딩 산업과 강하게 연결돼 있는 시장 현실을 감안하면 용기있는 선택이다.
특히 서울 강남에서 유명한 몇몇 웨딩 컨설팅 회사들이 제시하는 결혼 세트 상품에 들어가면 매출이 10배로 늘 수도 있지만, 대량제작에 따른 작품성 손상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작품성과 예술성이야말로 디자이너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부디크 형 영업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 제품의 한 디자인-홍운 주얼리
요즘 주얼리 분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홍운'은 귀금속 분야가 아닌, 실버 주얼리다. '홍운'은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수작업으로 생산해 2~3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 매장을 열고 있으며 경기도 분당에 전시장을 겸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생산인만큼 주요 고객은 브랜드 로열티가 뚜렷한 마니아 층. 주된 상품은 귀걸이, 목걸이, 브로치 등인데 한눈에 보기에도 디자인이 독특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홍운 제품의 특징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하나의 디자인에 하나의 상품'이다. 전체 상품 중 80% 정도는 한 디자인 당 한 개의 제품만 만든다. 때문에 신세계 강남점 매장에 있는 제품이 본점 매장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임현주 홍운 대표(41)는 이러한 상품 전개 방식에 대해 "아트를 할 것이냐, 상업 제품을 만들 것이냐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서 고심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성이 너무 뚜렷해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운 제품은 피하면서, 고유의 디자인 가치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디자인은 임 대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이 같은 상품 전개 방식을 "나름대로의 마켓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양산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효율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어렵게 가야 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면, 나머지 시장적 요소는 기술적으로 풀어나가기 나름"이라는 계산이다.
입력시간 : 2006/03/2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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