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직도 금융위기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회장은 25일 세계경제연구원과 국제통화기금(IMF) 공동 주최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금융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커티스 부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달리 미국 정부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 3년간 국민총생산(GNP)의 5~6%인 6,000억달러 이상씩을 경기부양에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커티스 부회장은 또 “미 정부는 경기부양책 활용과 통화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금융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며 조만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커티스 부회장은 씨티은행 등 미 정부의 금융업계 지원과 관련해 “부실채권을 아무리 매입해봐야 나중에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될 뿐”이라며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하기보다는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부실채권이 완전히 정리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금시장을 살찌운 다음에 FRB가 은행 간 거래를 보증하는 등의 방식으로 신뢰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커티스 부회장 외에도 마무드 프라단 IMF 통화ㆍ자금시장 부문 부국장과 찰스 블리처 IMF 통화ㆍ자금시장 부문 부국장, 조윤제 서강대 교수, 김영도 연세대 교수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이들은 모두 ‘최근의 금융위기는 이전의 금융위기와 달리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연자들은 또 선진ㆍ신흥20개국(G20)의 역할 확대와 신흥국가들의 권한 강화, IMF의 개편 등을 공통적으로 주문했다. 조 교수는 세계적인 금융규제 완화와 금융업계의 리스크 과소평가 등이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며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IMF의 재정 확충과 신흥국 권한 확대 등 IMF의 개혁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 교수는 또 “G20 정상회담을 정례화해야 한다”며 “한국이 차차기 의장국으로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라단 부국장은 IMF가 금융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전세계에 경고를 보내는 데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IMF가 대출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대출조건 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MF가 금융평가프로그램(FSAP), 금융안정화포럼(FSF) 등 국제적인 금융감독체계 강화와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확대로 세계적인 금융위기 해소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단 부국장은 헤지펀드인 튜더인베스트먼트의 수석전략가 경력도 있는 IMF의 펀드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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