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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연구세계
입력1998-12-24 00:00:00
수정
1998.12.24 00:00:00
「냉장고로부터의 김치 독립 선언」딤채는 냉장고에 김치를 비롯한 한국 전통음식을 보관할 수 밖에 없어 겪어야 했던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그동안「음식보관=냉장고」란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냉장고에서 김치가 시어도 『김치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생선이나 육류는 물론 야채, 과일이 신선하지 못해도 냉장고 「탓」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한국음식에 대한 저장방법 개선은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 개발이나 부가기능 첨가에만 매달렸다.
딤채는 바로 이같은 냉장고의 헛점을 파고 든 틈새시장 제품. 맛있는 김치를 장기간 보관하며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십분 활용한 것.
김치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많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숙성.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윤종은(尹鍾銀) 상무를 비롯한 연구팀은 130여종의 김치를 조사해 덜익은 맛, 표준 맛, 잘익은 맛으로 김치의 맛을 분류하고, 이에 대한 숙성조건을 연구했다. 또한 이를 토대로 김치가 원하는 맛으로 익도록 하는 김치숙성기술을 개발했다.
김치는 맛있으면서도 오래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발한 것이 산패 방지 및 유산균 증식 억제 기술. 김치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유기물이 산화하여 색과 맛이 변하고 냄새가 발생하는 산패현상이 일어난다. 또한 온도편차가 심하면 유산균이 증식해 쉽게 시어버린다.
연구팀은 4개월 이상 장기 보관해도 적정 산도(PH 4.2 내외)를 유지해 산패에 의한 김치 변질을 최소화하는 기술은 물론, 항온온도 편차를 0.5℃로 극소화해 유산균 증식을 억제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결국 딤채는 김치숙성기술, 산패방지기술, 유산균증식 억제기술이 어우러진 「첨단형 김치독」인 셈이다.
딤채를 이용하면 1년에 3번 정도만 김치를 담그면 된다. 4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치 뿐만 아니라 야채, 과일 등의 신선식품과 육류, 생선 등도 얼리지 않고 열흘 정도 저장할 수 있다. 발효식품인 식혜도 간편하게 담글 수 있다. 한마디로 냉장고가 캔이나 팩으로 대표되는 서구음식의 저장시스템이라면 딤채는 발효저장음식으로 대변되는 한국음식의 저장시스템이다.
그래서 딤채는 「생장고」라는 별명도 붙었다.
딤채는 이같은 우수성으로 인해 지난 96년 출시 첫해만에 2만대가 팔렸으며 지난해에는 4배나 늘어난 8만대가 팔렸다. 요란하게 광고를 한 것도 아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비자의 구전(口傳)만으로 이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만도기계는 올해의 경우 지난해 보다 87.5% 늘어난 15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딤채의 경쟁제품은 아직 없다. 딤채의 매출이 곧 전체시장 규모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딤채 출시 이후 세분화된 독립칸 구성, 김치보관 기능 강화 등을 축으로 한 냉장고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딤채가 불러일으킨 현상이다.
딤채는 만도기계의 수출 주력품 리스트에도 올라갈 전망이다. 최근 김치의 세계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도기계는 현재 미국·일본·중국 등에 외국특허를 출원중이며, 외국지사망과 현지 딜러를 통한 수출상담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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