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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은 실상 '감흥 없는 이벤트'였다. 지난 7월 금리를 올린 후 한국은행은 추가 인상 예상을 애써 무시했다. 환율전쟁이라는 변수가 있었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기다리고 있었던 탓이지만 이것들이 '한국은행이 실기(失機)했다'는 비판을 변호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이달에도 올리지 않았으면 중앙은행의 존재에 대한 의문마저 나올 뻔했다. 당장의 인상 배경보다 미래의 정책 궤적으로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기 중인 외자 규제…인상 부담 덜다=올 들어 통화정책은 경제상황에 바탕을 둔 합리적 결정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부쩍 의존했다. 통화정책 결정문은 곳곳에서 억지논리가 배어났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위기감이 표출됐다. 이날 인상의 배경자료 역시 뻔한 레퍼토리들이었다.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과 부동산시장의 하락폭 둔화,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 한달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한은은 한달 전에는 이를 동결의 배경으로, 이달에는 인상의 근거로 들었다. 이 때문에 이달 인상의 배경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맞다. 바로 G20 회의의 마무리와 대기 중인 외자유입 억제책이다. 가뜩이나 금리차를 이용한 외자가 밀려와 통화정책이 망가진 터에 미국의 양적 완화는 매우 불편한 흐름이었다. 추가 인상은 외국인에게 또 하나의 유입 구실을 제공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막을 방어막이 자본유입 억제책인데 G20 회의가 끝난 만큼 정부가 곧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믿고 '자신 있게(?)' 금리를 올린 셈이다. 통화정책의 축을 환율방어에서 물가로 옮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연내 인상은 없어…내년 상반기까지 0.5%포인트 더 올릴 듯=김중수 한은 총재는 간담회에서 정책 흐름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우선 "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가 인상의 물꼬를 열었다. 실제로 한은은 통화정책 의결문에서 19개월 동안 사용했던 '금융완화 기조'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김 총재는 그러나 연쇄적인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모든 것을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완화기조 문구 삭제를 갖고 "계속 인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도 밝혔다. 예단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두 개의 포인트가 만들어진다. 하나는 연내에는 금리를 더 올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날 인상에 채권금리가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내년 상반기에는 중립금리로 가기 위해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관건은 폭인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0.5%포인트 정도 더 올리는 쪽으로 수렴되는 듯하다. 또 하나의 관심은 적정금리. 9월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중립금리를 '4%대'로 적시했다. 물론 내년 말까지 이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 등 제반여건 때문에 버겁다. 하지만 흐름은 이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까지 3% 수준으로 올려놓은 뒤 내년 말까지 3.5%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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