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브랜드 가치평가 기관인 인터브랜드가 지난 2001년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 '세계 100대 브랜드'를 처음 발표했다. 1위인 코카콜라를 비롯, 미국 기업이 100대 브랜드 중 62개를 차지한 가운데 국내 기업으로는 오직 한 곳만이 순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였다. 이 회사는 당시 64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로 42위에 랭크됐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2002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는 34위(83억달러)로 껑충 뛰어올랐고 2003년에는 25위(108억달러)로 평가됐다. 당시 인터브랜드는 "삼성의 이 같은 성장은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투자와 최고경영진에서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가치 구축을 중요한 기업 목표로 만들어간 회사의 노력을 의미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05년 인터브랜드의 기업가치 순위에는 더욱 큰 변화가 일었다. 현대자동차(84위)와 LG전자(97위)가 처음으로 세계 100대 브랜드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 특히 20위에 랭크된 삼성전자는 마침내 일본 소니를 따돌리고 전자업체 중 세계 톱 브랜드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 9월 발표된 인터브랜드의 '2010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도 삼성전자는 194억9,100만달러로 2009년과 같은 19위에, 현대자동차는 4단계 뛰어오른 65위(50억3,300만달러)를 차지했다. 인터브랜드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실시했던 보증 프로그램과 월드컵ㆍ슈퍼볼 마케팅이 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위상은 다른 매체의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2003년 59위에 오른 후 올해는 32위까지 뛰었다. 포춘이 함께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50대 기업' 순위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4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이미 세계 정상권의 기업으로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현대차에 대한 해외 전문기관의 평가 역시 고무적이다. 미국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지난해'고릴라를 주목하라(Keep your eye on the gorilla in the room)'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대차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또 포브스는 "현대차가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도요타와 혼다를 참패시켰다"는 내용을 담은 '현대차의 해(Year of The Hyundai)'라는 기사를 실었다. 물론 글로벌 일류 브랜드를 향한 두 기업의 '행진'은 아직 진행형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 세계 순위 5위권 진입을 목표로 뛰고 있다. 현대차 역시 일본의 도요타를 능가하는 브랜드 가치 상승이 숙원과제다.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가 국격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보다 많은 기업이 '100위권'에 진입하고 업종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쌓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선임전문위원인 이창현 박사는 "노키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국가 브랜드까지 높일 수 있다"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이를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알려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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