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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안돈다] 3.정공법을 택하라

[돈이 안돈다] 3.정공법을 택하라정부 사안따른 미봉책 지양…엄격한 조건과 제재 병행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장시스템의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공적자금을 조성해서 적기에 투입, 정책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정공법을 채택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소요될 공적자금이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부담이 커지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당장 공적자금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금융구조조정에 따라 수반되는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의 공적 자금 투입액을 국회에 솔직하게 밝히고, 세금을 더 걷어야 은행을 살릴수 있다는 점을 설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미 공적자금 추가조성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만큼 기업·금융부실에 따른 자금시장 혼란의 악순환이 계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 전제조건으로 정부는 공적자금에 대해선 까다로운 투입조건을 붙이고, 부실은행과 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한 엄격한 제제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요즘 거의 매일처럼 경제장관 간담회니, 정책협의회를 열어 금융시장 대책을 쏟아내놓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자금시장이 마찰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인식, 금융권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여력을 늘려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투신사·종금사 등 제2금융권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금융시장 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정부 정책이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6일 『10조원 규모의 채권투자펀드를 조성해 매매중단 상태에 있는 회사채를 사도록 유도하고 은행에 만기 3개월 미만의 단기신탁상품 판매를 시한부로 허용해 CP를 집중적으로 매입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뒤이어 돈이 계속 빠지고 있는 투신권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개인연금·퇴직신탁을 전면허용하고 특정기업의 주식을 50%까지 살 수 있도록 주식형 사모펀드도 다음달부터 허용키로 했다. 종금사에 대해서도 2조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대주주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후순위채를 정부가 인수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며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몸사리기를 하는 은행의 돈을 염두에 둔 채권투자펀드 조성이나 은행을 동원해 2조원을 정부 보증하에 종금사에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금융부실을 더욱 키우는 원인이 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현재는 우량은행이든 부실은행이든 모두가 앞으로의 자기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적어도 부실금융기관이 잘나가는 금융기관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금난이 기업의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정부의 진단 자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최근 신용경색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시각과는 달리 지지부진한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해 무려 100조원에 이르는 금융권 부실이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워크아웃·화의·법정관리중인 기업들이 높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상의 호조에 기댄체 자구노력을 외면, 계열사·부동산 매각이나 인원감축 등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금융권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공필(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7월 대우·투신사태 이후 정부의 부실기업·부실금융기관 퇴출 및 손실분담원칙이 깨지면서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퇴출돼야 마땅한 기업과 금융기관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철저히 책임지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구동본 기자DBKOO@SED.CO.KR 입력시간 2000/06/21 18:54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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