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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기업 임원출신 편의점창업 김영택씨
입력1998-11-17 00:00:00
수정
1998.11.17 00:00:00
『처음엔 대기업 중역까지 지냈던 내가 어쩌다 물걸레나 잡고 있나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때마다 물걸레 밀대를 골프채로 생각하면 되지, 하면서 웃음으로 넘겼지요.』지난 6월 보광 훼미리마트 내자중앙점을 인수, 창업을 한 김영택(金永澤·49)씨는 기아그룹 임원 출신이다. 결재서류나 넘기고 컴퓨터를 두드리던 그의 두 손은 불과 넉달만에 거칠게 변했다. 「정리·정돈·청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간만 나면 물걸레질을 해댔기 때문이다.
『회사가 부도유예 대상이 된 이후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회사를 떠나던 날에는 복받치는 감정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조금 쉬고 싶다는 마음에 한달 정도 집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녔지요.』
金씨는 공작기계 분야에서 손꼽히는 엔지니어 출신. 그래서 그의 퇴직은 주변에서조차 뜻밖으로 받아들였다. 金씨의 최종 직함은 기아중공업 산업기계부분 부분장(이사 대우). 경력도 화려하다. 82년에는 155MM 곡사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공로로 대통령상과 9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91·92년에는 수치제어형 소형 선반·연삭기를 개발, 장영실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또 93년부터는 중소기업청·통상산업부 국책과제 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1억원 남짓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을 떠올리다보니 편의점에 생각이 미쳤어요. 퇴직금을 까먹으로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큰돈 버는 것보다는 안전성에 더 중점을 뒀습니다. 당시 중소기업 이사 자리나 동업을 제안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지만 기업들이 무너지는 꼴을 보니 엄두가 안 납디다.』
총 투자비는 7,500만원. 보증금 5,000만원(월세 115만원), 가맹비·초도 상품비 2,000만원 등이 들었다. 인수 당시 125만원이던 하루 매출이 석달만에 165만원으로 뛰어올랐다. 300~400만원이던 순수익도 600~700만원으로 늘어났다. 판공비를 뺀다면 기아 임원시절 월급보다 많은 돈이다. 경영 비결은 간단했다. 관련 상품을 한 곳으로 모으고 본사에 문의해 가장 많이 팔리는 물품위주로 상품진열을 바꾼 것. 주고객인 학생들이 라면을 먹으면서 불편해하는 것을 보고 상품 진열대를 없애고 그 자리에 시식대를 만들었다.
『처음 한달간은 3~4시간밖에 못잤습니다. 좋아하던 골프도 완전히 끊고요.주·야간별로 어떤 손님이 오는지, 아르바이트생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모든 것을 빠른 시일내에 알아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전철안에서 졸다가 종점까지 간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金씨는 22년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몸은 피곤지만 마음이 편한 까닭이다. 아침이면 뒷목이 뻐근하던 증상도 없어지고 가족들과 더 친해진 것도 큰 소득이다. 그는 『요즘에는 같이 장사를 하는 집사람이 토·일요일 편의점에 안 나오면 마음이 허전하다』면서 밝게 웃었다. (02)734-6136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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