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금융시장이 확 바뀐다. 정부가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자본시장 내 모든 업종을 포괄, ‘금융투자회사’(가칭)라는 이름의 새로운 업종을 탄생시키기로 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은 ‘은행-보험-금융투자사’의 3각축으로 완전히 재편성되게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증권과 선물, 자산운용업, 신탁업 등 갈기갈기 찢겨 있는 국내 금융업종들이 대거 헤쳐 모일 것으로 예상돼 자본시장 내에 통폐합 바람이 거세게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 통합법 어떤 내용 담나=새로 시행될 자본시장 통합법의 주요 내용은 금융업간 겸업허용(금융투자회사 설립), 금융투자상품 개념 포괄주의 전환 등 크게 두 가지다. 통합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은행ㆍ보험을 제외한 사실상의 전상품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기존의 금융지주회사가 여러 금융업종들을 자회사 형태로 갖게 되는 것과 달리 금융투자회사는 이른바 인하우스(inhouse)’ 행태로 각각의 업종을 내부에 별도 조직으로 갖게 되는 셈이다. 다만 겸영에 따른 내부 업종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막기 위해 방어벽(firewall)은 철저하게 만들 계획이다. 업종간 조직 분리는 물론 임직원의 겸직 제한 및 정보교류 제한 조치 등이 이뤄진다. 금융투자회사의 설립 양태는 종전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준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ㆍ신탁업 2개만 영위하는 금융투자회사와 3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하는 곳과 자본금 요건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현재 증권이나 선물회사 등을 영위하는 곳들은 금융투자회사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경과기간을 둘 예정이다. 정부는 투자금융회사가 명실상부 자본시장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도록 금융상품의 개념도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꾸기로 했다. 현행 열거주의에서는 신종 금융상품이 등장하면 금융감독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야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포괄주의로 전환되면 신종 금융상품을 감독당국의 사전 동의 없이 취급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회사에서 저가의 수수료를 내고 다양한 상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빅뱅=정부는 9일 자료에서 이례적으로 시장에서 ‘빅뱅’을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 뜻대로 진행될 경우 금융시장은 상당한 소용돌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목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미국의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의 경우 회사 이름 뒤에 ‘시큐리티(증권)’나 ‘에셋(자산운용)’ 등을 붙이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회사들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 의지와 관계없이 현행대로 증권이나 선물업 등만을 특수하게 영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투자회사의 화력 앞에서 한가지 업종만을 취급하는 군소 회사들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여신전문금융업이 생겨나면서 기존 리스나 할부업종들은 2~3개 업종을 동시 영위하기 위해 새롭게 단장했다. 다만 금융지주회사 형태를 갖고 있는 곳들은 입장이 다소 다를 수 있다. 이들은 어차피 모회사가 자회사 형태로 여러 업종을 거느리고 있어 금융투자회사 형태로 전환, 이를 자회사로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금융산업은 금융지주회사와 금융투자회사의 양대 축, 또는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회사의 3각축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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