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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만들자] <5> 의식개혁 뒤따라야
입력2005-01-05 16:28:15
수정
2005.01.05 16:28:15
"눈높이 낮추면 실버취업도 쉬워요"<br>직업전문학교 정만식씨-교수퇴직후 車정비 배우려 입학 "졸업후 오지 봉사활동"<br>신성정밀 원정근씨-부품업체 관리직 차장 관두고 직접 제품 만들고파 기술직 도전
[일자리를 만들자] 의식개혁 뒤따라야
"눈높이 낮추면 실버취업도 쉬워요"직업전문학교 정만식씨-교수퇴직후 車정비 배우려 입학 "졸업후 오지 봉사활동"신성정밀 원정근씨-부품업체 관리직 차장 관두고 직접 제품 만들고파 기술직 도전
"과격한 노동운동은 가라"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양성
일자리를 만들자
실업의 원인 진단
서비스·中企육성 시급
잘못된 노동관행 바꿔야
일자리를 찾아 체면과 남의 이목에 신경 쓰지 않고 기능직으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최우선이지 자신이 이전에 했던 일이나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제2의 출발선상에 선 이들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충남직업전문학교 카일렉트로닉스과에 재학중인 정만식(66)씨. 모 제약회사의 TV 광고에까지 출연했던 정씨는 2003년 8월까지 목원대 교수로 재임하다 정년퇴임했다. 그는 정년퇴직 반년만인 지난해 3월 이 학교에 입학,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과 함께 기술을 배우고 있다.
정씨는 나이 뿐 아니라 높은 학업성취도로 이 학교에서 유명하다. 입학한지 열달만에 자동차정비ㆍ자동차검사ㆍ지게차운전ㆍ굴삭기운전ㆍ건설기계기관정비 등 자동차 관련 5개의 기능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학교 관계자는 20대 학생들도 이처럼 한꺼번에 자격증을 따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씨는 이공계 출신이 아닌 무역학 전공자여서 더욱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젊은 학생들과 함께 땀 흘리며 배우는 과정에서 내 몸과 마음도 덩달아 젊어진 기분”이라며 “기계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지만 뒤늦게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찾아 재미있게 공부하다 보니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정씨가 이 학교에 들어온 것은 수십년동안 실천해온 봉사활동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기 위해서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면 페루를 비롯한 남미 오지에서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도로환경이 열악한 현지 사정을 감안해 봉사활동 도중 자신이 스스로 자동차를 고쳐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이 학교에 들어왔다.
정씨는 자동차정비 자격증을 딴 뒤 1년 정도 실무경력을 쌓아 외국으로 나갈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TV광고를 찍고 받은 광고 출연료를 현금이 아닌 약품으로 요구, 치료약을 독거노인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정씨는 “평생 남을 가르치다가 거꾸로 학생이 되니까 모든 것이 새롭고 의욕이 넘쳐요. 완전히 새로 태어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느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경기도의 기계부품업체 신성정밀에서 머시닝센터를 다루는 원정근(42)씨는 입사 1년이 안 된 새내기 사원이다. 현재 기능직인 그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견 다이아몬드 공구업체의 관리직 차장이었다. 원씨는 이런 변신에 대해 “관리직으로 근무하면서 항상 직접 제품을 만들고 싶었고 새롭게 도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관리직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대로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고 한다. 기술자도 아니고 창업을 할 형편도 아니었던 그가 마음 속에 간직했던 꿈을 펼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준 곳은 경기직업전문학교. “무료로 기술도 배울 수 있고 기숙사도 제공한다기에 이렇게 훌륭한 일이 있을까”라며 망설임 없이 2003년 봄 컴퓨터 응용기계학과에 등록했다.
그는 학교 재학시절부터 입사한 지금까지도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데 여념이 없다. 신성정밀에 입사한 뒤에도 수요일과 토요일에만 집으로 퇴근하고 나머지는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그는 “관리직에 비해 일은 비록 고되고 힘들지만 예전에는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던 것을 이제 내 손으로 만들 수 있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놀이방을 하는 덕에 실업급여만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원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직장이나 경력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제 준비할 수 없는 직장인에게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씨는 자신처럼 중년의 직장인들이 경력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부터 찾으라”고 조언한다. 또 생산직은 많은 아이디어와 재치, 사고력이 필요한 일로서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무직 경력자라도 얼마든지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입력시간 : 2005-01-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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