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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비자금 공과금ㆍ시줏돈으로 사용

비자금도 민법대로 분배…매년 형제끼리 8천만원 '보너스' 잔치

검찰이 밝힌 두산그룹 사주 일가의 비자금 용처를 보면 마치 대가족이 운영하는 `구멍가게'의 비밀장부를 들여다 보는 듯하다. 1천187개 계좌를 뒤져 찾아낸 두산그룹 총수 일가 비자금은 통상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에게 전달하려고 조성하는 다른 기업의 비자금과 목적이 전혀 딴판이다. 박용오,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은 가족 공동의 비자금을 조직적으로 만들어 관리했고,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박두병 초대회장이 작고했을 때 유산분배 비율대로 일가에 나눠졌다. 박두병 초대회장은 두산 3세대 7남매에게 유산을 각각 1.5(장남), 1(아들), 0.5(딸)의 비율로 나눠 갖도록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박 전 회장 등 일가는 이 유언에 따라 조성한 비자금을 매달 600~700만원씩 나눠 갖고 1년에 한차례 매년 5월께 형제끼리 8천만원을 특별 보너스로 분배하기도 했다. 매달 지급되는 생활비는 개인 계좌로 월급처럼 직접 들어갔고, 뭉칫돈은 운전기사를 시켜 전달하는 등 분배는 철저하게 가족의 룰에 따라 이뤄졌다. 326억 원의 비자금 중 공동 가족 경비로 사용된 37억원은 일가의 세금, 부동산경비를 내는 데 쓰였다. 6남인 박용욱 넵스 회장은 여러 해에 걸쳐 석가탄신일 등에 모두 15억원의 비자금을 사찰에 시주했다. 검찰은 시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찰의 계좌까지 추적한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필요한 비자금 규모는 박용오, 용성 형제가 결정했고, 두 사람은 비자금 조성을 위해 각각 두산산업개발과 다른 위장계열사들에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드러났다. 박용곤 명예회장 등 다른 형제는 조사를 받으면서 비자금 조성 사실을 몰랐고용오, 용성 형제가 챙겨준 것만 받았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형제가 나눠가진 비자금이 계좌추적을 벌일 정도의 금액이 아닌 것으로판단,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수사에서 제외했다.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박 전회장의 뒤를 이어 부동산 등 가족 공동의 합법적인 재산과 비자금을 도맡아관리하며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분배된 돈은 일일이 어디에 썼는지 확인해야 될 정도의 금액은아니었다"며 "장을 봤는지 헬스클럽에 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1990년 초반에도 480억 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돼 개인 비자금, 대주주 주식대금, 현장 격려금 등으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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