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입도 막고 외환 규제완화도 앞당기고.’ 정부가 2개월 만에 다시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외환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이참에 예정된 외환거래 규제완화도 앞당기겠다는 의지다.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는 막고 달러의 해외 유출은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환거래의 자유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과다한 외환 유출 ▦편법 해외투자 야기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의 리스크도 늘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 유출 유도=달러의 해외 유출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7월과 올 1월에 이어 외환이 해외로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대폭 풀었다. 가장 전면에 내세운 카드는 개인의 거주용 해외 부동산 취득의 완전 자유화다. 기존 100만달러 이하로 제한했던 금액제한을 아예 없앴고 2년 이상 해당 주택에서 거주한 뒤 국내로 귀국할 경우 3년 이내 팔아야 하는 의무도 없앴다. 20억~30억원짜리 해외 고급주택을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길이 트인 셈이다. 여기에 투자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도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개인의 해외직접투자 한도(1,000만달러)도 폐지했고 외환거래에 대한 국세청 통보대상도 축소해 외환을 사용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였다. 기업의 수출대금이 50만달러 이하일 경우 국내도 들여와야 하는 의무도 없애 기업들이 해외에서 운용할 수 있는 길도 넓혔다. 또 자원개발과 해외투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실버타운ㆍ호텔ㆍ의료기관 등 서비스형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도 상반기에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통화별 매각(매입) 초과액의 합계액이 전월 말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한 외국환포지션 한도도 30%로 상향 조정, 외환시장 거래규모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해외 거래규모가 작아 환율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외환수급 불균형 해소에 도움 될 듯=이번 조치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외환수급 불균형 해소에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주거용 해외 부동산 취득 규제완화 후 해외 부동산 취득은 늘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해외 부동산 취득 실적은 월 평균 4.3건, 141만달러. 그러나 규제가 완화됐던 올 1월에는 13건에 480만달러, 2월1~20일에는 25건에 838만달러 등으로 증가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개인의 주거용 해외 부동산과 직접투자가 전면 자유화되고 외국증권 투자대상 제한도 폐지됐기 때문에 외환 수요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 중 대외채권 회수의무제도 완화 부분을 주시하고 있다. 수출액 중 50만달러 이하 금액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웃도는 56.3%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의 자본 대외유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특성상 자본수지 조절 외에는 마땅히 환율을 적절히 조정할 길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는 환율 조절의 유연성을 상당히 늘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태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외환시장 수급의 대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제점은 없나=그러나 외환 자유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여행비ㆍ유학ㆍ연수비 지출, 재외동포의 재산반출 등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 등의 규제가 완화되면 외환의 국외 유출이 과다해질 수 있다는 것. 또 중소기업들이 비거주자에 대한 대외채권 회수의무 완화를 악용, 50만달러 이하의 수출대금을 받아 신고하지 않고 투기적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불법ㆍ편법도 우려된다. 50만달러 이하의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의 56.3%에 달할 정도로 많다. 권 국장은 “외환의 불법ㆍ편법 운용도 발생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관세청ㆍ금융감독당국 등과 공조를 통해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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