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1일 주식시장(유가·코스닥)에 상장돼 있으면서 수출 실적 기준을 통과해 수은의 히든챔피언에 인증된 16개 업체의 외부회계기관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4곳이 수은의 인증 기준에 못 미치는 수치를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8곳은 수출 실적에 대해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았다. 히든챔피언에 인증되기 위해서는 후보군 격인 '육성대상기업'으로 선정된 후 1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수출 실적이 3억달러(연평균 환율 기준)가 넘으면서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 제품을 보유하거나 매출액(별도 기준)이 1조원 이상이면서 수출 비중이 50%를 웃돌아야 한다.
수은 관계자는 "내국수출(로컬수출) 실적이 국내 매출로 반영된 탓에 외부회계기관 감사보고서에는 수출 실적이 낮게 나온 것 뿐"이라며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승인 받은 증빙 서류를 검토한 뒤 수출 실적을 인정했으므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출 실적 자료를 공개해달라는 요구에는 "개별 기업의 영업기밀이라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내국수출은 일종의 간접수출로 수출업체가 다른 국내 기업을 거쳐 해외 수입업체에 물품을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상으로는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에 해당하지만 수은 등 무역 관련 기관에서는 이를 수출 실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그러나 외부회계기관에 의해 작성돼 공개되는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가 투자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에 양쪽의 기준이 다른 게 필요없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모뉴엘이 최근 몇 년간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상 징후'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은 등이 이를 관리·감독하는 데 실패한 점을 감안하면 보다 명확한 기준 확립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수은의 히든챔피언 인증 기준이 수출액 3억달러인데 일부 기업의 감사보고서에는 수출 실적이 그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표기되고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은이 히든챔피언 및 육성대상기업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실적 관련 내용을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에 보다 명확히 표기할 것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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