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도 편집해야 잘 팔린다?' 패션업계에 수입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매장(셀렉트숍)' 개설 바람이 불고 있다.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음으로써 다양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데다 하나의 브랜드를 도입할 때 보다 위험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패션업체들이 편집매장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 하지만 내셔널 브랜드(NB)들의 해외진출이 미미한 가운데 패션업체들이 해외 브랜드 수입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분더샵'과 '무이'에 이어 '시리즈', '데일리프로젝트', 'Pole659' '란스미어' 등 패션업체 편집매장들이 잇따라 신규영업에 들어가거나 점포 수를 급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인 FnC코오롱의 남성 캐릭터캐주얼 편집매장 '시리즈'는 1년 만에 매장 수가 11개로 늘었다. 시리즈는 '히스토릭리서치' '헤르데고' '카스코' 등 30개의 해외 남성 캐주얼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이동수F&G는 지난 7월 청담동 사옥에 의류 및 액세서리 편집매장과 갤러리, 매거진 라운지, 테이크아웃 카페, 미용실 등을 갖춘 '데일리 프로젝트'를 열었다. '바바라 뷔' '러브 섹스 머니' '굴람 사키나' '에틱' '웨이크' 등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는 20여개의 수입 브랜드를 판매하는 데일리 프로젝트는 단순히 옷만 파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함께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특히 데일리 프로젝트는 제일모직이 내년 초 청담동에 오픈할 예정인 이태리 유명 편집숍 '10코르소 꼬모'와 흡사한 컨셉트여서 두 편집매장의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미 지난 2월 압구정동에 미국과 유럽의 캐주얼 의류를 판매하는 'pole659'를 낸데 이어 9월에 수트, 셔츠, 구두, 타이 등 50여개 수입 브랜드를 판매하는 신사복 편집매장 '란스미어'를 청담동에 오픈한 바 있다. 여기에다 10코르소 꼬모까지 들여오기로 하는 등 최근 들어 수입 멀티숍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수입 브랜드 편집매장 개설 붐은 지난 200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청담동에 낸 '분더샵'이 성공을 거두면서 촉발됐다. 현재 압구정동과 청담동 등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젊은층이 많이 찾는 지역에는 개인과 중견기업들이 운영하는 수십여개의 수입멀티숍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패션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수입멀티숍이 패션유통의 주력 채널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주요 백화점들이 앞 다퉈 수입 브랜드 편집매장을 늘리면서 높은 매출을 올리자 국내 패션업체들도 이에 가세하는 형국"이라면서 "선진 유통 노하우를 배우고, MD(상품기획자)들의 상품구성과 바잉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지만 해외 브랜드 수입이 자체 경쟁력 강화와 내셔널 브랜드의 글로벌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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