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 위안화 절상을 사실상 공식화함에 따라 원화 가치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분석을 보면 위안화 절상이 원화에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의 관측이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할 경우 다음 타깃은 원화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통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만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정부는 일단 이번 조치가 오는 24일 열리는 미∙중 경제전략대회는 물론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G20 정상회의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고 때문에 절상이 이뤄지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아 원∙달러 환율에 가져올 하락 압력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화의 경우 절상ㆍ절하 양쪽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원화 가치 동반 상승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위안화 절상 시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G20 정상회의를 의식한 조치로 우리 원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위안화 절상에 따른 원화 절상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위안화와 원화의 상관관계가 높아 위안화 절상시 원화도 동반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로 지난 2005년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했을 때 원화의 절상률이 위안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위안화 절상이 원화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이미 남유럽 재정위기와 한국의 지정학적 요인 등 더 큰 불안요인도 감당하는 상황이라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절상폭은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에 고정된 위안화 가치까지 동반 상승한 상태라 현 수준과 대비해 3~5%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이 실제로 단행될 경우 원화의 흐름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상존한다. 미국은 그동안 무역수지를 위해 위안화뿐 아니라 원화에 대해서도 절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가뜩이나 원화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의 절상이 원화의 하락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위안화 절상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또 다른 이유는 타이밍의 문제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절상에 따른 중국산 수입 원자재 상승이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만용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위안화 절상은 3~5% 수준에서 올릴 가능성이 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위안화 절상이 중국 수입상품∙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켜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금리의 또 다른 인상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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