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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달러사재기 사태 악화’/부총리은행장 간담회 지상중계
입력1997-11-28 00:00:00
수정
1997.11.28 00:00:00
◎“대손충당금 손비확대 대종금 여신회수 자제 후순위채 연기금인수를…/지금은 비상시국 정책 호응않는 은행 결코 좌시 않겠다”27일 상오 은행회관에서 열린 림창렬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35개 은행장의 조찬간담회장에는 처음부터 비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임부총리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장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아니라 강압적인 태도로 은행장들을 윽박질러 간담회장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날 간담회는 림부총리의 「비상시국이다」라는 말로 시작해 「지켜보겠다」「좌시하지 않겠다」로 끝났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 발언요지.
▲이관우 한일은행장=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주거래은행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주거래은행은 거래기업이 스스로 차입하는 자금이나 투자규모 또는 해외에서 차입하는 외화자금에 대해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나응찬 신한은행장=외화유동성확보가 제일 시급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달러사재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화확보 가수요를 막지 않고서는 현재의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또 정부에서 대손충당금의 손비인정한도를 확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신복영 서울은행장=대기업들까지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시한부로 기업여신 회수를 자제하는 긴급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은행들은 하루에 한 은행당 1천억∼2천억원에서 많게는 5천억∼6천억원까지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은 지원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한은이 지원금리를 낮춰주고 자금의 성격도 단기(RP)가 아닌 중기안정자금으로 지원하면 좋겠다.
또 은행들은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8%를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감독당국에서 결산기준을 완화해주어야 한다. 이와함께 한국은행에서 수지보전을 위한 지준부리 등을 검토해주었으면 한다.
▲최연종 한은부총재=한국은행이 초단기자금으로 시중은행들의 부족자금을 보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금리를 낮춰줄 수는 없다. 채권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상태여서 시장실세금리가 높은 실정이다. 시중금리를 떨어뜨려야 한다. 한국은행이 은행지원금리를 시장실세금리보다 낮은 일반대출금리로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
▲임부총리=(격앙된 목소리로) 정상적인 시국이 아닌 비상시국이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자는게 아니다. 왜 조찬모임을 갖는지 이해해야 한다.
▲최부총재=지준부리에 대해 검토해보겠다.
▲이수휴 은행감독원장=은행과 기업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기업에 질질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금융기관이 거래기업의 금융을 감독할 수 있는 지위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상황에서는 대기업의 부도를 막기 위해 종금사들의 여신회수를 억제시켜나가야 한다. 종금이 할인한 어음의 절반이상을 은행이 보유하고 있고 종금사 자체보유분은 20%밖에 안된다. 은행들이 종금사로부터의 여신회수를 자제해주길 바란다.
은행들이 건의한 결산기준 변경은 대외적인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등 악영향을 미친다. 외국에서도 우리 금융기관들이 부실여신 급증으로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부총리=대손충당금의 손비인정한도는 확대해주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시행령을 개정, 은행감독원 기준에 의해 은행들이 적립하는 충당금은 전액 손비처리토록 할 방침이다.
▲윤증현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은행 신탁계정에서 종금사가 중개한 무담보CP를 45조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면 재연장해주고 중도에 회수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은행자율에 맡겼던 협조융자협약이 흐지부지돼 버렸다. 이번에는 은행감독원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은행에 종금사에 대한 원화 콜지원을 당부한바 있다. 하지만 3개은행이 정부의 정책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안다. 해당은행에서는 알고 있을 것이다. 협조를 바란다.
▲홍세표 외환은행장=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외화자산을 줄였으나 최근 삼양종금으로부터 7억2천만달러의 외화자산을 인수했다. 내년 1월말로 인수시기를 연기해줄 수는 없는지.
▲임부총리=내년초로 연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먼저 삼양측과 협의를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 문제가 있으면 정부에 말해달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은행과 종금사간의 원활한 금융거래가 필수적이다. 이 자리에서 CP에 대한 차환은 자동적으로 재연장하고 회수는 안하는 것으로 합의하자. 이에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이의가 있으면 말해달라.
(은행장들 조용)
▲임부총리=정부는 앞으로 은행들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다. 일부 은행은 자기만 살겠다고 종금사에 콜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지 않는 은행에는 정부지원도 없다. 앞으로 정부지원을 개별은행의 정책호응도에 따라 차별화하겠다. 다른 건의사항은.
▲유시열 제일은행장=CP에는 보증과 무보증이 있다. 무보증CP의 경우에는 은행들이 앞으로 회수를 하지 않겠지만 보증을 받은 CP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장철훈 조흥은행장=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후순위금융채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소화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연기금이나 예금보험공사에서 연말까지 인수토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임부총리=의논해보겠다.
(임부총리겸 재경원장관 등 정부당국자들은 자리를 떠나고 은행장들은 합의문을 만들었다. 이 합의문은 정부당국자의 재가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이형주·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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