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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강국 경제 강국

월드컵 우승, 그것은 우리에겐 꿈 같은 일이었다. 지난 18일 밤 태극전사들이 이뤄낸 8강 진출의 위업은 우리 모두에게 월드컵 우승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라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실체일 가능성으로 인식하게 했다. 선수들이나 국민 모두 '내친 김에 결승이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한국의 우승을 점치는 외국의 언론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한 도박회사는 한국의 우승확률을 150대1에서 17대1로 10배 가까이 올려놓았다. 월드컵 8강 진출이 실현된 지금 우리 모두 담담해지면 어떨까. 선수나 국민 모두 이제부터는 덤이라는 생각으로 여유있게 다음 경기에 임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월드컵 1승이 염원이던 우리에게 8강 진출은 그런 여유를 가져도 충분한 성적이다. 8강 진출국의 대륙간 분포는 황금분할이다. 유럽 4개국에다 아시아ㆍ남미ㆍ북중미ㆍ아프리카 각각 1개국이다. 아시아 축구의 8강 진출은 2차전이 8강전이었던 66년 영국대회 때 북한이 달성한 후 처음이다. 월드컵축구대회는 30년 1회 대회 이후 이번 대회까지 17회째다. 그동안 월드컵의 중심축은 유럽과 남미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변방이었다. 한국이 아시아 축구의 명예를 지키면서 축구선진국으로 우뚝 선 것은 뜻 깊다.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축구강국=경제강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8강 진출이 상징하는 게 그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선전도 같은 범주에 든다. G7 국가 중에서 월드컵을 차지한 나라는 독일ㆍ영국ㆍ이탈리아ㆍ프랑스 등 4개국이다. 이중 이탈리아는 세번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미국ㆍ캐나다ㆍ일본은 우승대열에 끼지 못했다. G7 이외의 국가 중에는 전통의 축구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ㆍ우루과이 등 남미 3국이 있다. 브라질은 여섯번이나 결승에 올라 네번을 우승, 월드컵의 전신인 줄 리메 컵을 영구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두번씩 우승했다. "이 나라들이 축구 말고 잘하는 게 뭐람." 기자는 솔직히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포도'의 심리로 월드컵을 바라본 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만 하더라도 국가적 리더십의 결함으로 인해 경제난을 겪고 있으나 방대한 자원대국이다. 축구강국=경제강국 등식에 어긋나지 않는다. 세계 유일 강국인 미국에서 축구?비인기 스포츠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30년 제1회 대회 이후 최초로 8강에 진출했다. 북중미 예선 1위로 본선에 진출한 미국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미국이 우승할 날도 머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 다음가는 경제대국이다. 축구에 대한 관심부재와 실력부족으로 본선 출전을 못했는데 최근 10년 사이에 실력이 일취월장해 이번 대회에서는 16강에 들었다. 8강전에서 터키에 아깝게 패했으나 유럽 축구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축구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86년 멕시코대회 이후 연속 다섯 대회에 출전한 실력파다. 54년 처녀출전까지 포함하면 6회째이다. 아시아 최다출전 기록임은 물론이다. 우리는 생산 및 교역규모에서 세계10위의 경제대국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IMF 체제를 극복한 경험도 있다. 경제력으로 쳐도 우승을 노린다 해서 결코 과욕이라 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자나라가 축구도 잘하는 이유는 축구가 대표적인 자본주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의 기반이 잘 닦여진 나라가 축구도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본주의 경제는 개방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나라의 개방 정도가 축구의 실력을 결정한다. 사회주의 국가 축구팀이 강세를 보여도 결코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적이 없다. 평소 축구를 사랑하고, 열심히 싸웠을 때는 지더라도 박수를 보내고, 성숙한 응원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 축구강국 경제강국의 국민으로서 우리가 가꿔야 할 축구문화일 것이다. 임종건 논설위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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