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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25년 상거래가 변한다] 7. 전략적으로 육성하자
입력2003-01-22 00:00:00
수정
2003.01.22 00:00:00
김호정 기자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올 실적이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어요. 새해 사업계획 수립도 시장상황보다는 정부, 감독기관의 움직임에 더 비중을 둬야 하기 때문에 애로가 많습니다.”
“카드산업을 일으킨 주역이 정부지만 카드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장본인도 역시 정부입니다.”
신용카드사 경영진은 올 카드사 경영이 정부정책에 따라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초 세운 경영목표를 연말에 달성한 카드사는 전업카드사 9곳 가운데 단 한 곳도 없다. 이는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 대출서비스 비중 축소, 영업활동 제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등의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상황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카드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카드산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잇따라 발표, 시행했지만 제도적인 개선보다는 카드사 영업을 위축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카드업계는 앞으로 정부가 신용카드산업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차원의 전략적 관점에서 정책을 펴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 카드사들의 가두회원모집을 금지한데 이어 3월에는 사상 최초로 3개 카드사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는 등 신용카드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어 5월에는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카드관련 주무기관이 공동으로 신용카드 시장의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수립,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의 주요 골자는
▲신용카드 수수료의 합리적 책정 유도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 및 사용행태 개선
▲현금대출 위주의 영업행태 개선
▲신용카드 이용자보호 강화
▲기타 신용카드 관련 제도 개선 등이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대책은 업계는 물론 학계, 증권가 등으로부터 정부가 카드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정부가 카드 이용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발급기준을 강화해 건전성을 감독하는 차원을 넘어 업계의 수수료율 산정에 직접 개입하고 영업활동의 방향을 정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카드사 수익을 좌우하는 현금서비스 수수료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19.9%)을 제시한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여신제공이 기본업무이 카드사에 대해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의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부대서비스 비중을 강제적으로 내리라고 강제한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카드사들은 올해말까지 현재 전체 취급액의 60% 수준인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대출업무 비중을 50% 이하로 의무적으로 낮춰야 한다. 불확실한 경제전망으로 지난해부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어 지난해 11월부터 카드 이용액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결국 정부시책에 따르려면 카드사들은 서민들의 주요 자금 확보 수단인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정부는 올해부터는 현금서비스 한도는 주어져 있으나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금액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을 것을 카드사와 은행에 요구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이 조치는 신용카드로 인한 부실에 대비한다는 기본 취지에서 벗어나 카드사 경영과 영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난이 팽배하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직접 규제는 카드사를 대체할 금융기관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은행에서 필요자금을 유통하기 힘든 서민들을 제도권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 `소비자금융의 총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카드사 경영을 멍들게 하고 있다.
박상수 경희대 교수는 “정부의 카드정책은 카드사의 기본기능을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본 영업활동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규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카드사의 대출서비스 비중을 50% 이하로 내리라고 한 정부정책이 신용카드 시장의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장진입과 가격을 통제하는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카드시장의 경우 수수료율 인하가 오히려 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의 대출을 늘리게 해 부실을 키울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격 및 업무를 규제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오히려 카드사 수익성만 악화시키고 서민을 고리 사채시장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정책이 카드사에 대한 직접적인 영업규제보다는 자산건전성기준을 강화하고 리스크관리를 제고시키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역할은 시장원리를 중시해 카드시장의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공정경쟁 및 부실 예방 등에 초점을 맞춘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데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드시장의 활성화로 지하경제가 축소되고 정부의 세수가 늘어나는 등 카드산업은 국가경제 전체 차원에서의 기여도가 크다. 특히 한국 금융업 가운데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수년내 세계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종은 신용카드업이다. 차세대 결제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이 주도권을 확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의 정비도 시급한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의 신용카드 장려대책으로 카드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엄연한 현실로 이를 바로잡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며 “그러나 그 동안의 성과까지 무너뜨리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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