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2,000억원 고배당 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번주 중 집중 지도에 나서 고배당을 저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4일 "이달 중순 열리는 SC은행의 이사회에서 2,000억원 배당 결의가 이뤄질 확률이 높다"며 "그 전까지 집중지도에 나서 가능한 고배당을 하지 못하도록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리차드 힐 SC은행장 소환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SC측의 반응을 보면서 수위를 높이겠다는 얘기다.
SC은행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결산 배당을 결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배당액 1,000억원까지 합하면 모두 3,000억원 규모로 배당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최대 수준이다.
SC은행 측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3,000억원 배당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금융계 안팎에서는 "실적에 비해 배당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C은행은 2011년 말 조직개편과 함께 전체 직원의 13%가 넘는 813명을 퇴직시킨 바 있다. 아울러 신입행원 채용도 중단하는 등 인력감축에 나섰지만 지난해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해 3ㆍ4분기까지 SC은행의 누적 당기순익은 1,663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54% 감소한 수준이다.
이에 앞서 SC은행은 2009년에는 2,500억원,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2,000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SC는 2,000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을 추진하다 당국의 고배당 자제 요청과 비난 여론에 밀려 중간배당 규모를 1,000억원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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