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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김대중 정부 당시 벤처 붐에 이어 스타트업 창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외국 투자사들도 한국 스타트업이나 벤처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이런 때 스타트업에 중요한 게 여성이나 다국적 등 다양성을 갖추고 무엇보다 급변하는 IT (정보기술) 환경에 적응하고 10년 뒤를 내다보고 인내하는 것입니다."
구글의 해외 창업지원 허브인 캠퍼스서울(Campus Seoul)의 임정민(42) 총괄은 8일 서울 대치동 캠퍼스에서 고광본 정보산업부장 등 서울경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스타트업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인 그는 미국 스탠포드대와 UC버클리에서 각각 경영과학과 산업공학 석사를 딴 뒤 OS(운영체제)를 개발하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비트폰(bitfone)에 초기멤버로 합류했다. "당시 창업자는 모바일도 아직 안나왔던 시절에 모바일 OS 개발을 추진했어요. 저는 '셋톱박스나 콘솔하면 돈을 벌겠네'라고 내심 생각했지만 창업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특허를 100개 넘게 내 전 세계 표준특허로 만들었어요. 매출이 급상승하고 고가에 회사를 휴렛팩커드에 팔았죠." 임 총괄은 이후 귀국해서 2010년 PC 게임사인 로켓오즈 창업에 성공한 뒤 지난해 3월 선데이토즈에 매각했고, 지난 5월 구글에 합류하기 전까지 일본계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에서 임지훈 다음카카오 대표 내정자 등과 함께 스타트업 투자업무를 했다.
이런 창업·투자경험을 바탕으로 임 총괄은 캠퍼스서울 입주사(9개)는 물론 7,200여 회원들에게 '다양성'과 '적응력', '인내력'을 키우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캠퍼스서울은 지난 5월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열린 구글의 창업가 공간. 현재는 카메라 필터앱(콘텐츠), 영어 번역 도우미 서비스(번역), 빅데이터 기반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핀테크) 등이 9개의 국내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네트워킹과 학습, 개발에 필요한 기기 등을 지원한다. 회원들에게는 특강이나 워크숍, 회의 등을 위한 공간을 빌려주는데 크고 작은 행사가 월 60회 이상 열리고 있다. 회원들은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영국 등 62개국으로 폭넓다. 이같은 다양성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대기업, 지방자치단체가 같이 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른 스타트업 육성 기관과 차별화된다는 게 임 총괄의 설명이다.
"구글에게 있어 한국은 3번째로 큰 인터넷 앱 시장이고 전자상거래는 어느 나라보다 발전돼 있습니다. 특히 우리 이용자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빠르죠. IT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구글이 캠퍼스를 서울에 연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 총괄은 "10여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외부 네트워크가 많이 필요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가 우수한 IT 환경으로 테스트 시장으로 최적이어서 해외에서 우리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찾아 오고, 한국에서 창업하기 위해서도 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골드만삭스, 텐센트, 소프트뱅크 등의 스타트업 투자 사례를 들었다. "스타트업은 1~2년이 아니라 길게 보고 시장도 넓게 봐야 합니다. 경험상 스타트업이 10개를 만들면 9개는 실패하기 때문에 인내하고 계속 시도하는 게 중요하죠. 또 IT 환경이 급변해 발빠르게 적응하는게 중요합니다." 임 총괄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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