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일시적 금융 혼란에서 국내 실물경기 둔화로 확산될 가능성이 고조되자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어떤 ‘수’를 둘지 기대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정부 측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정부 통제권 밖이라는 이유로 “뾰족한 대책이 있겠냐”는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경제 충격이 날로 심화되면서 올 국내 경제성장률이 3%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UBS)까지 제기되자 경기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한 대책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 경제분과 간사는 최근 “경제성장률 6% 제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지난해에 진정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올해 경기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이명박 당선인도 “대외 악재로 인해 시장이 요동치지 않도록 경제 펀더멘털을 탄탄히 해야 한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적절한 대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치로 꼽히는 것은 감세와 금리인하다. 새 정부는 이미 법인세 5% 인하 공약을 밝히고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의사를 밝히는 등 세제정책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설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국내 경기에 예상보다 강한 위협을 가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법인세 조기 인하 등 보다 발 빠른 대응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도 “당초 예상보다 세계경기 둔화 리스크가 커졌다”며 “적정 수준의 성장을 위해 감세를 비롯한 대응책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 전문가들도 기업의 투자의욕 고취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감세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무역협회는 최근 조사결과 기업들의 58%가량이 자금사정 악화를 겪고 있다며 콜금리 인하 등의 단기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인하로 양 국 간 금리차이가 벌어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 하강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새 정부의 정책 방안으로 금리인하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 바 있다. 보다 장기적인 경제회생 차원에서 필수 요소로 꼽히는 것은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다. 이 당선인은 이미 선거 공약과 기업인들과의 만남 등에서 규제 정비를 통한 기업친화적 환경 마련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이밖에 경기하강 압력이 강한 상반기 중에 재정 집행을 늘리거나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떠받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이 같은 일련의 정책 선택안은 경기부양이라는 효과의 이면에 부작용을 안고 있을 수 있어 실행에 앞선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3%대를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경우 물가상승 압력 가중으로 체감경기를 한층 떨어뜨릴 수 있다.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낮출 경우 부양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 외에 장기적인 재정악화 요인이 된다는 부담이 집행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