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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사진) 두산 회장이 3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박 회장은 지난 1년간 유동성 위기설로 어려움을 겪었던 두산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핵심기술 확보와 글로벌화에 매진했다. 지난해 3월 취임 초기만 해도 의사 출신인데다 실제 경영 경험은 서울대 병원장이 전부였기 때문에 시장 안팎에는 박 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현장경영과 소통을 통해 지난 1년간 두산의 체질을 기술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박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술력을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취임 이후 임직원들에게 "리스크 관리를 통해 경기침체 파고를 헤쳐가면서 내적으로는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두산기술원의 연구원들에게는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사갈 수 있는 두산만의 핵심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철학은 실제 경영으로 이어졌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 계열사인 밥캣의 실적부진으로 두산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자 기발한 인수합병(M&A) 기법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두산과 재무적투자자가 각각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지분을 51대49 비율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두산DST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각해 현금 7,808억원을 확보한 것이다. 박 회장은 유동성 위기설을 극복하자 곧바로 핵심기술 확보에 나섰다. 두산의 영국 자회사인 두산밥콕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가 가능한 규모의 순(純)산소 연소 실험에 성공했다.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소 기술을 확보한 것. 또 9월에는 체코의 스코다파워를 4억5,000만유로에 인수했다. 스코다파워는 발전소의 핵심설비인 스팀터빈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두산중공업은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3대 핵심발전 기술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박 회장이 본인의 경영철학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그룹 경영에 접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현장경영과 더불어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한 덕분이라는 게 두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박 회장은 지난 1년간 총 21회의 국내외 출장을 통해 현장경영에 몰두했다. 그의 비행거리는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돈 거리(10만1,095km)에 달하고 1년 중 두 달 정도(59일)를 출장지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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