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서열 순위 1위 삼성그룹과 2위 현대자동차그룹 광고 계열사들이 자동차 광고 대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은 현대·기아차 광고를,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은 한국GM의 광고를 전담하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 자동차 구매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구매 판도를 바꾸기 위해 자존심 대결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 이미지 바꾼 이노션=국내 자동차 업체 중 올해 가장 많은 차량을 출시하는 기업은 현대·기아차와 한국GM이다. 현대·기아차는 '쏘나타'를 시작으로 'K5' '투싼' '스포티지' '아반떼'까지 그룹을 대표하는 주요 차종을 선보였다. 한국GM은 '임팔라'를 필두로 '트랙스' 디젤, 경차 신형 '스파크' '올란도' 등을 출시했다.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광고를 전담하고 있다. 특히 이노션의 광고는 기존에 저가 양산형 차량이라는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성능 중심의 고급스러운 차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노션은 신차와 가장 잘 어울릴 만한 단어를 선택하고 이를 풀어내는 영상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끌고 있다. 현대차 차종 중 판매량이 가장 많은 '아반떼'는 '슈퍼 노멀(super nomal)'이라는 단어를 통해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에 숨은 우수한 성능을 강조했다. 1981년 도쿄모터쇼를 통해 도심형 SUV를 제시한 '스포티지'는 '더 SUV'(The SUV)라는 단어로 존재감을 강조했다. 신형 '투싼'은 20~30대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역동성을 강조한 '고 다이나믹(Go Dynamic)'이 모토다. 이노션은 최근 제레미 크레이건 폭스바겐 제작 전문 임원을 영입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박성호 유안타 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의 달라진 품질이 이노션의 광고를 통해 전해져 이미지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노션 역시 현대기아차의 광고 물량 확대로 윈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팔라' 돌풍 이끄는 제일기획=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은 한국GM의 광고를 6년 이상 전담하고 있다. 최근 한국GM은 프라임 시간대에 가장 많은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제일기획은 차종별로 다른 광고를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차 '임팔라'는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는 카피를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경차 '스파크'는 안전장치나 스타트&스톱과 같은 주요 기능을 강조한 광고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한국GM과 제일기획의 시너지는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팔라'는 SUV 돌풍 속에서도 대기 물량 8,000대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경차 '스파크'는 7년 8개월 만에 기아차의 경차 '모닝'을 넘어 경차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마크 코모 마케팅 부문 부사장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과 제일기획의 세련된 기획이 힘을 발휘하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브랜드로 각인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룹 자존심 건 '프레너미'로 동반성장=이노션과 제일기획의 경쟁은 국내 광고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세계적 권위의 프랑스 칸 광고제에서 이노션은 '메시지 투 스페이스(우주로 보내는 메시지·사진 오른쪽)'를 통해 영상기법·직접광고·옥외광고 3개 부문에 걸쳐 동상을 받았다. 제일기획은 12개 상을 휩쓸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계 서열 1위와 2위 그룹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그룹 자존심을 걸고 광고 경쟁을 펼치면서 국내 광고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이노션과 제일기획이 각 분야에서 '동료이자 적(프레너미)'으로 동반 성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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