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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보다 추운 계절

우리 나라는 지리적으로 온대성 기후대에 속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지만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두 계절이 따로 있다. 그 중 하나가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의 계절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로의 진출을 위한 `취업`의 계절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초등학교부터 12년간 불철주야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입수험생인 고3 자녀를 둔 가정은 가족 전체가 노심초사하며 혹독한 입시의 계절을 보낸다. 이렇게 하여 진학한 대학에서의 낭만과 자유도 잠깐, 대학졸업반이 되면 이들은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취업이란 또 다른 벽에 맞닥뜨리게 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실업률은 3%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청년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7∼8%대를 보이고 있다. 국제연합(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청년실업을 15∼24세 연령대로 정의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남성의 군복무로 15∼29세의 기준을 적용한다. 그런데 우리의 심각성은 청년실업 중 대졸이상 고학력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데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우선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꼽을 수 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한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대졸자는 지난 83년 16만7,000명에서 2002년 55만 2,000명으로 20년 만에 3.3배 증가한 반면 이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수요는 세계화, 정보화, 자동화로 더욱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인력활용 측면에서 신규 채용보다도 효율성이 높은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어 취업 문을 더욱 좁히고 있다. 우리 산업구조 변화 또한 취업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전통산업에서 부가가치는 높지만 고용창출 효과가 낮은 정보통신(IT)나 첨단업종으로 이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 외에도 요즈음 청년들이 가지는 직업관의 차이에서도 취업난을 찾을 수 있다. 고학력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힘들고 어려운 3D 업종이나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어, 실업률은 높지만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을 호소해야 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취업난은 급기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재수를 이른바 `고4`, 재학 중 해외 어학연수 또는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한 `대5`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언젠가 “한국에는 신림동 고시촌, 노량진역 부근의 공무원시험 학원가, 대치동의 대입학원 밀집지역 등 3개의 세계적 클러스터가 있다”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현재와 같은 높은 청년실업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청년층 노동력의 양적려珦?수준이 향후 20∼30년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가, 기업 및 대학 차원에서의 전방위적인 청년실업 대책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국가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IT, 문화콘텐츠, 디자인 등의 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경제활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또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고용여력이 있는 기업들마저 채용을 기피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기업활동 규제를 완화하며 불법적 집단이기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 기업들 또한 단기적인 시각에서 탈피하여 장기적 인력수급구도에서 신규 채용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이 밖에도 대학 등의 인재 양성과정에서 기업의 니즈(Needs)가 반영되는 수요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기업의 기술발전과 산업의 구조 고도화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흔히 신세대들은 탈권위적이고 창의적이며 기성세대보다 변화를 수용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업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실업자는 7만 여명이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이미 6%대에서 3%대로 낮춰지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에게 자연의 사계 외에는 다른 계절을 남겨주지 않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임이다. <박봉수(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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