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2001년 인터넷銀 추진… '금산분리 4%룰'에 최종 무산
부정적 여론에 법 개정은 미지수… 핀테크 키우려면 日사례 배워야
금융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금산분리 적용 규제를 현행 4%에서 20%까지 늘리는 방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일본의 사례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지난 2000년 산업자본의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 확대를 위해 비금융기관이 은행 지분의 20% 이상을 소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그 이후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폭풍 성장했다.
우리도 핀테크를 정말로 키우려 한다면 적어도 이 정도 지분을 확보하게 해줘야 들어올 유인이 생긴다는 뜻이다.
일본의 핀테크 육성 사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소니뱅크다. 소니뱅크는 2001년 4월 제조업체 소니 계열의 소니파이낸셜홀딩스(지분율 80%), 스미토모미쓰이뱅크(16%), JP모건(4%) 등이 공동 설립한 은행이다.
지난해 말 현재 총 자산 2조68억엔(약 18조5,257억원)이며 순이익은 20억엔(약 184억원)을 기록하는 등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은행은 보통·정기예금, 모기지, 카드대출, 외화예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현재 소니파이낸셜홀딩스의 지분율은 100%로 조정됐다.
소니뱅크를 포함해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2001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3월 말 현재 총 자산 8조5,000억엔(78조4,677원), 총 예금은 7조5,000억엔(69조2,362억원)으로 일본 은행 전체 수치 대비 각각 0.9%, 1.1%의 비중을 차지한다.
수익성도 개선돼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1일~2013년 3월31일) 중 당기순이익은 4조3,000억엔(39조6,954억원)으로 일본 은행 전체 순이익 대비 1.4%를 차지할 정도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이 초석을 다질 시점인 2001년. 국내에서도 SK텔레콤·롯데·코오롱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이네트퓨처시스템 등 벤처기업 20개가 공동 출자해 인터넷전문은행(브이뱅크)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최종 무산됐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일반 시중은행 설립요건과 차별할 수 없다는 은행법상 한계 탓이었다. 당시에도 '금산분리 4% 룰'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 때문에 브이뱅크컨실팅은 해외 금융기관을 합작파트너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해외 금융기관이 참여하면 대주주는 그 지분만큼 최고 20%까지 확보가 가능해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투자가를 끝내 찾지 못했다.
브이뱅크컨설팅은 대안으로 지방은행 설립에 눈을 돌렸다. 최소자본금 250억원에 1인 대주주 지분이 15%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취지 자체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브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기업들이 "지방은행이 웬 말이냐"며 일종의 자존심 때문에 이를 반대했다. 이후 브이뱅크 설립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20%까지 주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한다면 국면은 또 달라진다. 4% 대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휘두를 수 있는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자본금 요건을 완화한다면 자금 조달 문제도 해결된다.
현행법은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4(지방은행의 경우에는 100분의15)를 초과해 은행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삼성은행·LG은행 출범 등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의 비난을 감내하면서까지 정치권에서 법 개정을 통과시킬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2008년에도 정책당국이 금융 규제 개혁 일환으로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입법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대기업 계열의 한 2금융권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에도 구더기(재벌의 사금고화) 무서워 장(금산분리 완화)을 담그지 못한다면 금융산업은 영원히 발전적 모델을 추구할 수 없다"며 "핀테크 분야에서라도 규제를 전폭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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