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때 가격외 건전성도 평가' 승자의 저주 막기?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22일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인수가격과 함께 인수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자금조달의 건전성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수 후 대금지급 부담을 이기지 못해 위기에 처하는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현대자동차와 현대그룹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매각대금 극대화만 추구하다 보니 기업 인수자가 승자의 덫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가격 등 정량적 평가 외에 소위 정성적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 채권단에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 보유 기업들의 매각절차에서 (지속 경영 가능성 등) 정성적 평가가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금융위가 정성적 평가를 매각과정에 반영하도록 채권단을 행정지도해야 한다'는 고 의원의 주문에 "매각절차는 채권단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산업은행과 같이 금융위의 감독을 직접 받는 기관과는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번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때도 그런 취지(정성적 평가 반영)의 매각방식이 적용됐다"고 덧붙였다. 진 위원장은 또 '흥국생명이 태광산업 지분을 아직까지 매각하지 않은 것은 금융당국과의 확약서를 이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박선숙 민주당 의원의 추궁에 "다시 조사해 시정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흥국생명이 태광산업을 포함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을 모두 매각하는 조건으로 흥국화재의 주식취득을 승인했으나 흥국생명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태광산업의 쌍용화재 인수 특혜 의혹과 관련, 태광산업 대주주였던 이호진 회장이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인수주체로 부적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인이 금융회사를 인수할 경우 해당 법인 최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돼 있지만 보험업법은 이런 규정이 없다"며 "(법규 미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과 관련,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신한은행 측이 "이 행장이 지방출장 중이어서 출석할 수 없다"며 거부해 집행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