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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상담 토지사기 극성
입력2004-09-08 18:55:18
수정
2004.09.08 18:55:18
"3~4배 차익 남길 좋은 땅 투자하시죠"<br>'00컨설팅' 간판 내건 기획형부동산 업체 서울에만 100곳 넘어<br>방판법등 적용 안받고 부처간 책임회피 급급
회사원 김흥수(35)씨는 얼마 전 ‘좋은 땅 있는데요…’라며 토지 매매를 부추기는 모 부동산컨설팅업체 직원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남 무안군의 개발예정지라며 6차선 도로변 300평을 평당 28만원에 사라고 하더군요. 3~4배 이익은 거뜬하다면서….” 그는 귀가 솔깃했지만 현지를 확인해보니 소개받은 그 땅은 다른 용도로 전용이 불가능한 농업진흥지역이었다. 김씨는 이후에도 몇 차례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부동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획형 부동산’으로 불리는 토지전문 매매업체에 의한 전화상담사기가 법망을 교묘히 비켜가며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지난 2002년과 2003년 국세청이 투기억제 차원에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착수했었지만 서민을 울리는 토지매매 브로커들은 근절되기는커녕 최근 신행정수도 이전과 지자체의 각종 개발계획 남발을 틈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컨설팅업체 간판을 내걸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기획형 부동산회사가 최소한 1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헐값에 산 부동산을 비싸게 되파는 ‘기획형 부동산’을 규제할 마땅한 법률적 근거가 없어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건설교통부는 토지매매 상담행위 자체가 중개가 아닌 당사자간의 매매여서 부동산중개업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개업 면허가 있다면 ‘중개업자가 직접 매매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이대면 되지만 중개업 면허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무차별적인 전화상담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챙겨야 할 사안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텔레마케팅에 의한 상품매매는 14일 이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시장규모가 커 포함시키기 곤란하고 부동산 매수인을 소비자로 보기도 어려워 방문판매법 적용도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특히 투기목적의 부동산 거래는 소비자 보호 측면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보호원 역시 해당 업무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부동산 매매행위에 대해 소보원이 중재하기 어렵고, 특히 법적 계약 이후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 이에 따라 소보원은 소비자의 상담에는 응하고 있지만 피해접수를 받고 있지 않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은 건교부가 먼저 문제를 파악해 고발 등 수사를 의뢰해야 순차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고,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행위에 대해 상시 감시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치고 빠지는 떴다방’식으로 운영하는 기획형 부동산을 일일이 챙길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최우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간사는 “기획형 부동산의 전화토지상담사기는 현재 법적 제제가 어려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정부부처간 의견조율을 거쳐 법령을 개정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사법권을 동원해 형사처벌의 수위를 강력히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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