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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훈수두기] 인터넷 체온도 36.5도
입력2003-04-29 00:00:00
수정
2003.04.29 00:00:00
최수문 기자
얼마 전 흐뭇한 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 게임팀이 4월 말 출시하기로 했던 비디오게임 타이틀의 발매가 연기됐다. 한글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작은 문제점들이 발견됐고 완벽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출시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발매를 손꼽아 기다려왔던 게이머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를 해야만 했다. 즉시 사과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해 보였다.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사과문과 함께 올렸다.
사과문을 올리기가 무섭게 게이머들의 반응이 올라왔다. “약속을 어기고 사과문 하나 달랑 올리면 다냐?”와 같은 호된 질책을 각오했던 우리는 깜짝 놀랐다. 게임 관련 게시판마다 “감동했다” “맘에 든다” “모 업체는 YBM시사닷컴을 본받으라”는 등의 칭찬 일색이었다.
우리가 욕설이 아닌 칭찬을 듣게 된 것은 한 장의 사진 덕이었던 것 같다. 팀원들이 모여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몇 장을 찍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이 5분이 우리 회사를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만들었다. 세심한 곳까지 신경써 준 게임팀 직원들이 기특했고 우리의 진심을 알아준 게이머들이 너무 고마웠다.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고객 관리가 편리해졌다. 게시판이 있고 e메일이 있다. 얼굴을 맞댈 필요도 없고 목소리를 높일 이유도 없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편리인가? 우리가 효율을 외치는 사이에 고객이 소외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둘러볼 일이다.
고객 관리의 핵심은 고객 만족이다. 전화든 e메일이든 고객 만족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고객 만족의 핵심은 정(情)이다. 차가운 PC 앞에 앉아 있지만 그들도 똑같이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잊어 버리는 순간 그들과의 관계는 단절된다.
고객이 가장 원하는 건 무엇일까. 바로 36.5도의 체온이다. 요즘 우리 인터넷 기업들은 어떠한가.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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