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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도 환위험 적극 관리를

환율의 움직임은 금리나 주가와는 다른 차원의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다. 지난 90년대 후반에 겪었던 총체적 경제위기를 외환위기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특히 환율문제는 너무 총체적이고 전면적이어서 어떻게 손을 써볼 방도가 없었던 결과 환율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각국의 정치ㆍ경제 정세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환율로 인해 외환거래에서 시세차이로 입게 되는 손해를 환차손이라 하고 그와는 반대로 얻는 이익을 환차익이라고 하는데, 환율변동이 심할 때 기업들은 환차손을 입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특히 금융기관, 수출입 거래를 통해 외화자산이나 외화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 외화를 들여와 설비투자를 한 정유업처럼 수입판매 비중이 높은 업종이나 항공ㆍ철강ㆍ전력 등 외국자본 도입 규모가 큰 산업은 환율변동으로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처럼 환율이 오르면 수입업자들이 아우성이고 반대로 떨어지면 수출업체들이 야단이다. 외환당국의 환율관리에 대해 수출업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각 경제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외환당국은 마치 우산 장수와 소금 장수를 둔 어머니의 심정으로 흔히 비유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전체에 가장 득이 되는 실질실효환율이 어느 수준이냐 하는 문제와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를 두고 논쟁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가치 하락, 유로화와 엔화의 가치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이와 연계돼 원화의 가치상승(원ㆍ달러 환율하락) 추세도 지속되고 있어 수출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대책이 불가피해졌다.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에 대해서는 먼저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외화시장에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국가경제 전체를 고려할 때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정부의 역할은 환율의 변동성 축소 등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해 선물환ㆍ선물 등을 활용한 위험 헤지가 필요하다.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수출대금의 달러화 결제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나 엔화의 결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강세 통화자산을 늘리고 약세 통화부채를 늘리는 대외자산 부채관리 전략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강세 통화(지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약세 통화(지역)에서의 원자재 구매, 생산 등을 늘려야 할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환율변동 위험에 무방비 상태인 채로 그저 운에 맡기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다. 예를 들어 연간 1억달러 규모를 수출하는 중소기업이 단순계산으로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연간 100억원을 가만히 앉아서 손해 보게 되는 것이다. 열심히 장사해서 환차손으로 인해 적자를 기록하는 어처구니없는 우를 범하는 사례들은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외환 리스크 관리와 관련한 외환정보를 수집하고 담당자를 투입하는 것을 비용으로 보지 말고 투자로 인식하는 분위기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아 환율변동 때문에 전체 이익이 줄거나 늘어나는 상황이 심해지고 있는데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외환에 대한 적절한 인식이 부족해 환위험 관리 수단과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그릇된 인식마저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영업과 수출입에서 수익을 내는 것에 매달려 환위험 관리를 통해 환차손을 줄이는 데는 관심이 극히 소홀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환위험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원시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적극적인 홍보와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환율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것은 환율이 금리나 주가와 같이 국제경제와 정치현실을 이해하게 해주는 주요한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특히 기업을 하는 경우 경제지표의 주요한 축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불필요하게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위험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위험을 피해갈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당국 탓만 하고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인의 자세 문제다. <서정대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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