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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벤처기업협회 출범 당시부터 기업하던 사람 가운데 사업내용이 바뀌지 않은 사람이 없듯 창조경제도 무조건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기존 기업이 변신할 때 나오는 것입니다."(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13일 제2회 성장기업포럼 부대행사로 열린 '창조경제로 가는 길' 중소ㆍ중견기업인 오찬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굴뚝산업 등 기존 산업도 시대에 맞게 변신만 한다면 충분히 창조경제 시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첨단기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50여명의 기업인, 교육계ㆍ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벤처기업협회 창립멤버인 조 회장은 "벤처를 규정하기 위해 굴뚝산업과 구분 짓기도 했으나 이제 세상이 크게 변해 당시에는 첨단이었던 정보기술(IT)산업도 더 이상 전부 첨단이 아닌 시대가 됐다"며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강조했다.
인쇄를 첫 사업으로 시작했다는 김상근 상보 회장은 "상보 역시 (전통산업인) 인쇄로 시작해 코팅사업을 거쳐 이제 나노 단위의 전자사업 단계까지 들어섰다"며 "인쇄기술은 그 나라의 역량과 문화를 알려주는 척도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산업의 기본인 제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인쇄전문업체 팩컴코리아의 김경수 대표는 "최근 사회 전체적으로 첨단산업만 강조하다 보니 인쇄와 같은 산업은 굴뚝산업으로 취급되고 취업자들도 선호를 하지 않는다"며 "인쇄 등 굴뚝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함께 조명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경진대회 방송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는 "제조업을 아이템으로 들고나온 지원자들의 경우 대부분 심사위원들로부터 '제조업은 수익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고 탈락 위기로 가고는 한다"며 "심사위원 가운데 제조업자는 나 하나인데 제조업이 사라지면 산업기반을 잃게 된다"고 걱정했다. 전신주를 만드는 원기업의 원부성 회장도 "전신주가 있기에 집집마다 전력이 공급되는 것"이라며 "우리도 첨단기업"이라고 공감했다.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을 없애고 중소기업에 대한 불안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경찬 벤텍스 대표는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일자리 수를 감안하면 최근 청년실업이라는 말은 허상"이라며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수를 줄이고 기피업종 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이민정책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재 한일월드 회장은 "중소기업 대표들도 자기 자식이 중소기업에 간다면 싫다고 한다"며 "과소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보다는 전문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면 한다"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 성장을 가로 막는 각종 규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헬스케어(건강관리)의 경우 앞으로 고령화시대를 맞아 매우 유망한 산업인데 악용할 것부터 걱정하는 규제가 너무 많아 시작도 못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 들어 좋은 정책은 많이 제시되고 있으나 시행속도는 빠르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박주정 KC 사장도 "공단 안에서 사업을 하는데도 지방자치단체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못하는 게 많다"고 답답해 했다. 오태준 조아스전자 회장은 "지금껏 한국 경제 역사를 보면 기업과 시장에 맡긴 것은 모두 잘 됐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잘 몰라서 이것저것 막으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은 "우리나라 한 해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이 20조원에 가깝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청 이외 부처의 정책자금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기업들이 태반"이라고 분석했다. 신충식 에센시아 대표는 "중소기업은 판로 확보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데 홈앤쇼핑과 같은 채널을 더 늘려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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