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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인 리치`와 부시노믹스
입력2003-01-15 00:00:00
수정
2003.01.15 00:00:00
`콜 인 리치 (call in rich)`
기술주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벤처기업에서 억만장자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던 말이다.
몸이 아파 회사에 갈 수 없을 때 쓰는 말인 `콜 인 식 (call in sick)`에 빗댄 이 말은 돈이 너무 많아 회사를 그만둔다는 뜻. 주가상승으로 재산이 갑자기 늘어 일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이 많이 생겨 만들어졌다.
`세기의 합병`으로 탄생한 AOL타임워너사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이 지난 12일 사임을 발표했다. 실적악화에 따른 책임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콜 인 리치`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AOL타임워너 주가가 합병 후 70%나 하락하는 동안에도 케이스 회장은 시세차익 거래를 통해 수 백만 달러의 소득을 얻었다.
케이스가 공동으로 창업한 AOL사 초기 멤버의 상당수가 이미 지난 90년대 말 `콜 인 리치`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보면 케이스 회장은 다소 늦게 동료들의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부자들의 조기은퇴 현상은 월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지난 99년의 기업공개(IPO) 이후 40대 젊은 파트너들이 무더기로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 중 로톤 핏은 런던 왕립예술아카데미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고, 스티븐 던커는 평소 취미였던 승마에 전념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판돈`을 휩쓸고 퇴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애초에 `판돈`을 제공한 개미투자자가 아니다.
다름 아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경기침체 대책으로 그가 제시한 방안은 부자들이 내는 세금을 과감하게 줄이는 것.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면 `콜 인 리치`를 선언하고 예술과 스포츠에 뛰어드는 대신 좀 더 돈벌이에 매달릴 거라는 기대다. 그러면 경제도 성장도 재개되리라는 것.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시나리오다. 역대 미 대통령 중 미국인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높았던, 그래서 워싱턴의 국제공항에까지 이름이 붙여진 로널드 레이건의 경제정책이 아닌가. 그런데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의 이름이 경제학교과서에도 나온다는 건 모르는 걸까.
경제학 교과서에 레이건의 이름은 다음과 같이 나온다: 실패한 경제정책 레이거노믹스.
<김대환기자<국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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