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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성장엔진 디벨로퍼] 1. 건설산업의 새동력

건설산업 발전, 디벨로퍼(Developer)에 달려있다. 전 세계 건설산업 구조가 단순시공에서 고부가가치 창출의 서비스 산업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의 경우 여전히 후진국형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ㆍ일본ㆍ싱가폴 등 해외 건설시장의 사례를 볼 때 디벨로퍼가 이 같은 변화를 주도했고, 현재도 이들에 의해 건설산업 구조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민간 디벨로퍼, 일본은 종합 건설업체(제네콘, Genecon)의 자회사, 싱가폴은 관ㆍ민 디벨로퍼 등 자국 사정에 맞게 디벨로퍼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 건설시장은 부동산 경기 호황 붐을 타고 시행사로 불리는 디벨로퍼가 잇따라 등장했으나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현재 300~500여개 회사가 디벨로퍼를 자칭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개발회사로 칭할만한 곳은 10여 개 미만이다. 특히 많은 시행사들은 일회성ㆍ한탕주의 의식에 젖어 사업을 벌이고 있어 도리어 건설산업 발전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R2Korea 사장인 이현 박사는 “디벨로퍼 육성 없이는 건설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현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건설산업 구조, 재편 시작 =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산업 구조도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의 독식 시스템에서 시행ㆍ시공ㆍ금융 등이 분리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 실제 최근 2년간 국내 대형 건설업체의 자체사업(시행ㆍ시공ㆍ금융 등을 총괄) 실적은 거의 전무하다. 건설업체는 시공만 하고 부지 확보ㆍ자금 조달 등은 전문업체가 맡는 것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시행ㆍ시공ㆍ금융의 분리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될 단계. 또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채비율 증가 등으로 건설업체들이 리스크가 큰 자체사업에서 전문시공으로 사업 역략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진정한 디벨로퍼의 부재 = 산업구조 재편이 시작되면서 국내에도 디벨로퍼 개념이 등장했다. 또 이를 표방한 회사만도 적게는 300개, 많게는 500여개에 이를 정도다. 문제는 이들 회사의 대부분이 디벨로퍼의 본연의 임무인 상품 기획ㆍ금융조달 등보다 개발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김승배 부장은 “엄밀히 말해 국내에 진정한 디벨로퍼가 없다”며 “현재 개발회사들은 땅 작업만 하는 이른바 `땅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디벨로퍼 회사들이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상의 입장에서 시행ㆍ시공ㆍ금융 등 3가지 분야를 조율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업체의 종속회사로 업무를 해 나가고 있다. 심각한 것은 디벨로퍼를 표방한 이들 회사들이 건설시장의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점. 시행사 참좋은건설의 한 관계자는 “건설시장에서 일회성 시행사들의 편법적인 행위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정상적인 회사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등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90년대 들어 대형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디벨로퍼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외환위기와 그 뒤를 이른 부동산경기 호황을 타고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벨로퍼가 좌우하는 외국 건설산업 = 일본, 싱가폴 등 국내와 비슷한 여건을 가진 이들 나라 역시 기업의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민간수주 물량 줄면서 건설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다. 이들은 이 같은 환경을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극복해 나갔고 그 중 핵심이 건설사의 디벨로퍼화다. 조직의 슬럼화ㆍ전문화 등으로 디벨로퍼를 육성하고, 이들이 다시 신 상품 개발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며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싱가폴은 주택은 공공 디벨로퍼(Public Developer), 일반 건물은 민관 디벨로퍼가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하에 시미즈건설, 다이세이건설 등 이른바 대형건설업체들이 디벨로퍼로 변신, 건설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각 지역별로 대규모 민간 디벨로퍼들이 활동하는 등 건설시장이 이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국내 디벨로퍼 육성 시급 = 디벨로퍼 육성은 건설산업 뿐 아니라 금융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정착 및 활성화가 그 중 대표적인 분야.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디벨로퍼 육성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미국ㆍ유럽처럼 시장 자율에 맡기느냐 아니면 일본처럼 관 주도 하에 육성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의 발전, 토지의 최적합 개발방안 등은 디벨로퍼에 의해 만들어지는 부가적 산물”이라며 “건설사의 구조개편과 경쟁력 제고차원에서도 디벨로퍼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디벨로퍼란? `WHO PLANS AMERICA? PLANNERS OR DEVELOPRES?` 미국의 MIT 대학 파이저 리차드(Peiser Richard) 도시계획과 교수가 쓴 `누가 미국을 만들었는가? 도시계획가 인가 디벨로퍼인가`라는 논문은 미국 사회에서 디벨로퍼 역할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글이다. 미국의 경우 록펠러, 도널드 트럼프 등 국내에서 잘 알려진 디벨로퍼 외에도 각 지역마다 많은 디벨로퍼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택 단지 개발에서부터 대규모 상업시설 개발에 이르기까지 부동산개발이 이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파이저 교수는 이 논문에서 현재의 미국은 디벨로퍼에 의해 탄생했으며 건설산업에서 이른바 도시계획가(Planners)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저 교수는 논문에서 일반인들의 경우 현재 미국의 도시풍경을 만들어 낸 주역이 도시계획가로 대변되는 관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디벨로퍼가 미국 도시 탄생의 산파역할을 담당했다는 것. 공공 부문은 단지 큰 윤곽만 세워준 것에 불과했고, 그 속에서 민간의 창의력이 결합, 비로서 현재의 도시가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지적했다. 계획도시로 탄생한 81㎢ 규모의 뉴욕의 맨하탄 역시 디벨로퍼의 자금과 개발 창의력이 없다면 세계의 상업ㆍ금융ㆍ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도시계획가들은 시장에서 주변인 역할로 전락했으며 반면 디벨로퍼들은 도시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주도권을 잡게 됐다고 파이저 교수는 논문에서 밝혔다. 미국인들의 현재의 삶을 있게 한 것은 도시계획가로 대변되는 관이 아니라 민간 디벨로퍼라고 파이저 교수는 지적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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