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결국 사상 초유의 사장 공백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16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김열중(사진) 전 산업은행 부행장을 새로운 사내이사 후보로 내정하는 안건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신임 대표이사 사장 선임 건은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상 주주총회 2주 전인 이날까지 이사회를 열고 사장 후보자를 확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 문제가 다뤄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대표는 오는 4월 이후 임시주총에서나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 대표이사인 고재호 사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이기 때문에 4월 이후 임시주총 때까지는 사장 자리가 비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최고경영자(CEO) 공백 리스크가 사업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은 특성상 CEO가 직접 해외를 누비며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일감을 따오기 때문에 공백이 길어질 경우 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러시아 국영 선박회사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은이 신임 사장은 선임하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몫인 최고재무책임자(CFO)만 내정한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열중 CFO 내정자는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산은에서 재무부문장(부행장)까지 지낸 정통 '산은맨'이다. 산은은 관례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CFO 자리를 자행 출신 임원으로 채워왔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회사가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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