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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뒤에서] 예술과 애로 사이
입력2001-04-11 00:00:00
수정
2001.04.11 00:00:00
[무대뒤에서]예술과 애로 사이
"흠.사실 전부 벗기고 싶었지요"서울발레시어터(SBT) 제임스전 예술감독이 자신의 새로운 안무작을 설명하는 자리.
이번에도 무용수들이 꼭 달라붙는 의상을 입느냐고 농담처럼 묻자 그가 덧붙인 말이다.
인간의 몸처럼 아름다운 건 세상에 없을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신체의 미(美)와 표현에 초점을 맞추는 무용 장르에서 몸 위에 걸친 몇 가지 옷자락들은 어찌 보면 매우 거추장스러운 키워드로 인식될 수 있다.
그래서 현대 안무가들은 이런 부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을 거듭해 왔고 그럴 때마다 예술이네 외설이네 하는 시비가 계속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냥.살살 벗기라고들 하죠" 지난해 말 대구 시립무용단장으로 전격 발탁되며 화제를 뿌린 바 있던 무용가 안은미. 박박깍은 머리 만큼이나 돌출적인 행동이 잦았던 그에게 관변단체 적응의 어려움을 묻자 이렇게 말한다. 그녀 역시 종종 "다 벗고 무대에 서고 싶다"라는 말을 했었다.
함께 제임스전의 무대에 섰던 성악가 박정원은 '야함'의 논쟁이 지루히 지속돼 가자 얼른 이렇게 덧붙였다. "저도 무대에 서는데. 우리도 벗을까요?" 또 제임스 전은 이런 말도 했다"사실 현대무용 의상보다는 투투(고전 발레복)가 더 야하지 않나요? 그저 야하지 않다고 느끼는 관습이 있을 뿐이죠"
예술로 혹은 애로로 작품을 양분케 만드는 건 분명 예술가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예술이거든, 상업적 마인드와 굳이 연결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성숙함 역시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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