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어카운트(Wrap Account) 규제안이 발표되자 랩을 많이 판매하는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현실에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이제 막 출발점에 선 랩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주요 증권사 랩 상품 담당 실무자들은 금융투자협회에서 회의를 열고 전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투자일임 제도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은 금융위의 개선안 가운데 집합운용 규제에 대해 가장 크게 반발했다. 계좌를 묶어 운용하지 말고, 개별 계좌마다 개별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라는 부분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이 1만 명이면 1만 개 계좌를 다 개별운용 하라는 것인데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지금보다 투자자 성향을 더 세분화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1대1 운용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고객의 투자성향이 비슷하면 증권사가 추천해주는 포트폴리오도 완전히 달라질 수 없다”며 “오히려 시장흐름에 후행하는 투자자 입장을 일일이 맞추는 과정에서 민원의 가능성만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익률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막은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잠재적 고객 입장에선 가장 궁금해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알 권리를 제한하고, 불법소지만 더 키울 수 있다고 항변했다. 자문사 투자종목에 대한 ‘시장의 쏠림 현상’으로 문제가 됐던 매매내역 공개 범위에 대해선 회사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고객들은 전반적인 수수료율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서비스 옵션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보호기능이 훨씬 높아짐 셈이지만, 소액이나 중소액 가입자는 랩 상품 구입을 못하게 되고 결국 고액 가입자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취합한 업계 의견을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에 반영,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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