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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여름/문희갑 대구광역시장(로터리)
입력1997-08-09 00:00:00
수정
1997.08.09 00:00:00
문희갑 기자
생명은 여름에 자란다. 뜨거운 태양과 지루한 장마, 그리고 흐르는 땀과 퍼붓는 소나기 속에서 생명은 자란다. 「지난 여름은 위대했다」는 옛 시인의 시구처럼 여름은 생명을 키운다.여름 가운데는 대구의 여름이 유명하다.
달구벌 옛터 대구는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지류인 금호강과 만나는 곳에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이 범람하여 생긴 분지다. 북쪽에는 진산인 팔공산, 남으로는 비슬산 등이 감싸안고 있어 전형적인 분지형 기후를 나타낸다.
따라서 대구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그가운데 여름이 특히 유명하여 우리나라 여름더위의 챔피언은 언제나 대구다. 여름이면 예외없이 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계속된다.
이처럼 무더운 찜통더위에서 흐느적거리며 살다보면 성격마저 변하는 것 같다. 흔히 「의리와 뚝심」으로 회자되는 강한 대구의 기질이 이러한 기후와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건 대구는 예로부터 수많은 인재와 동량을 배출해냈다.
조선조에는 영남학파의 본고장으로 명성이 높았고 근세에 와선 민족중흥의 대업을 이끌었다. 비록 평지가 부족한 척박한 땅에 태어났으나 특유의 강한 기질로 절차탁마하여 한결같이 나라의 큰 일을 해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요즘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이러한 강한 기질에서 오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한다. 대구사람들의 때로는 배타적이고 고집이 센 그런 측면이 시대적 조류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구의 기온을 바꾸어볼 수는 없을까. 대구의 여름을 좀더 시원하게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금년부터 대구시에서는 그동안 건천이었던 신천에다 유지용수를 방류하여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심천으로 바꾸어놓았다. 아울러 도시 곳곳에다 분수와 녹지를 대거 만들었다. 그리고 하루 수차례에 걸쳐 살수차를 동원하여 시가지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인간의 자그마한 노력이 자연의 섭리를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대구의 여름기온이 내려가고 있다. 대구의 여름이 훨씬 시원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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