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유독 빛을 발한 브랜드 중에는 수십년간 자존심을 지켜온 장수 브랜드들이 많다. 지난해에는 국내 패션시장에서도 장수 브랜드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 1981년 국내 최초의 스포츠 종합 브랜드로 출발한 프로스펙스는 2009년 론칭한 워킹화 브랜드 'W'를 앞세워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W는 지난해 '운도녀(운동화 신은 도시여자)' '운도남(운동화 신은 도시남자)'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300만족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프로스펙스는 1990년대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가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모기업의 부도로 침체기를 겪었다. 2007년 LS네트워크에 인수된 후 나이키ㆍ아디다스ㆍ리복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강세이던 러닝화시장 대신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워킹화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해 재기에 성공했다.
프로스펙스는 W를 출시한 2009년 2,247억원에서 지난해 연매출 3,000억원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스펙스가 선보인 W는 조깅ㆍ헬스 등과 같은 스포츠로 인식되지 않았던 걷기가 '스포츠워킹'이라는 새로운 스포츠 영역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하며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다 김연아ㆍ김수현 등 인기 모델을 내세워 기존에 30~40대였던 주고객층을 10~20대까지 넓혔다.
종합광고회사 HS애드가 2010년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먼저 생각나는 워킹화 브랜드로 프로스펙스(41%)가 나이키(17.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프로스펙스는 워킹화 W를 통해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LS네트웍스는 국내시장에서 프로스펙스가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ㆍ미국시장 공략에도 나설 방침이다. 1월 중 중국 상하이의 신발 멀티숍 슈마커에 W를 입점시키고 상반기에는 베이징에 가두점 형식의 단독 테스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 매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백화점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오는 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발 전시회인 '에프엔 플랫폼(FN Platform)'에 W를 선보이고 향후 미국 내 워킹화 전문매장 입점 등을 통해 미국시장 공략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신규 브랜드들이 속속 진출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웃도어시장에서는 나란히 창립 40주년을 맞는 토종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블랙야크가 약진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업계 1위 노스페이스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블랙야크는 업계 3위인 K2를 추격하고 있다.
가두점시장의 강자인 세정그룹과 패션그룹형지의 활약도 돋보인다. 올해 창립 39주년을 맞는 세정그룹은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등을 인기 브랜드로 키우며 201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패션 전문기업으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패션그룹형지는 1996년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를 앞세워 중장년층 여성에게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여성 어덜트 캐주얼'시장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7,800억원의 그룹 매출을 올해 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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