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마무리되자 경제부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당장 여권의 정계 개편과 맞물리면서 당정 협의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경제 현안들이 당정 협의 등을 통해 6월에 어느 정도 확정되지 못하면 7ㆍ8월 여름 휴가철과 9월 정기국회를 거치면서 유야무야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산적한 경제 현안에 대해 여야간 시각차가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요 경제 현안을 보면 ▦중장기 조세개편방안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국민연금법 개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등 굵직굵직한 것만 헤아려도 10여건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 이후 동시다발적 경제 현안 터진다=5월31일 지방선거 때문에 지난 2~3개월간 모든 경제 현안들이 선거 이후로 밀렸다. 5월에는 그 흔한 당정 협의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든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사실상 올해가 경제 현안을 풀 기회다. 대기 중인 현안을 보면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국민연금법 개정 ▦한미 FTA ▦근로소득보전지원세제(EITC) 등이다. 이밖에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아파트청약제도 개편안, 농협의 신용과 경제 분리 등도 대기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 현안들 모두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하나하나가 여야간 혹은 이해당사자간 첨예하게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들”이라고 평가했다. ◇세제ㆍ저출산ㆍ재정, 한데 물려 험로 예고=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6월 이후 주요 경제 현안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정답을 찾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조세개편방안을 보자. 이 방안은 재경부가 당초 2월 공청회를 열어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에 선거 후로 연기됐다. 특히 한나라당은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골자로 한 정부의 조세개편방안에 대해 오히려 감세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논란이 될 것은 피하고 큰 틀만 제시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1.08명까지 급락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계획이지만 핵심은 재원조달이다. 출산장려 등 사업에 필요한 수십조원의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가 관건인 셈이다. 결국 저출산 기본계획은 중장기 조세개편방안,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등과 맞물리면서 뜨거운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예상이다. ◇국민연금 개정, 한미 FTA 등도 순항 미지수=다른 현안 역시 녹록지 않다. 6월 이후에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 논의가 이뤄진다. 청와대가 반대를 무릅쓰고 유시민 의원을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함이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소극적인데다 5ㆍ31 선거 이후 여권의 영향력 추락 등을 고려해볼 때 또다시 장기 미결과제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6월 초 1차 협상을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한미 FTA도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국익을 최대화하려면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청와대 등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치권의 목소리가 분산된다면 정부로서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FTA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도 엇갈려 커다란 갈등이 예상된다. 아파트청약제도 개편, 농협의 신용과 경제 분리, 근로소득보전지원세제 등도 올해 중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나 이해관계가 대립돼 있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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