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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등돌린 요르단
입력2003-03-26 00:00:00
수정
2003.03.26 00:00:00
91년 걸프전이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요르단과 이라크와의 관계가 최근 며칠 사이 빠르게 급랭하고 반미·반전 정서가 확산되면서 요르단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양국의 급속한 관계 악화는 중동 아랍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요르단 정부가 23일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요르단에 주재하고 있는 이라크 외교관들을 2명만 남기고 모두 추방조치를 취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미국의 경제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요르단 정부 입장에서는 부득이한 조치였지만 이라크 정부는 `등에 칼을 찔렸다`며 심한 배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곳 현지 언론들은 요르단 등 중동 주재 이라크 대사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요르단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진정한 친구였다고 생각했는데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요르단은 이라크 국민들의 분노의 죄 값을 반드시 치를 것”이라며 이라크 정부의 입장을 인용 보도하고 있다. 이라크는 걸프전이후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요르단을 위해 필요한 원유를 무상지원 하거나 실제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24일 요르단에서는 `사담 후세인이 스커드 미사일을 이스라엘 대신 요르단으로 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미군의 요르단 주둔을 쉬쉬했던 요르단 정부는 24일 이라크의 공격에 대비, 지대공 패트리어트 3개 대대에 속한 미군 수백명이 이라크 인접 국경지대에 배치됐다고 시인했다.
요르단에서는 또 이들 부대외에도 미군 특수부대와 특수부대를 지원하는 공군기지가 요르단 동부 사막지대에 극비리에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이같은 요르단의 친미, 반 이라크 외교행로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사면서 반미, 반전 활동에 이어 이제는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본 기자는 24일 요르단 국립 대학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다고 해 방문했지만 정복과 사복경찰이 대거 투입돼 시위를 사전에 봉쇄했으며 서방기자를 포함, 외국인의 대학 출입을 통제했다. 3학년에 재학중인 파헤드 하리리(21)는 “형제 아랍국에 대한 명분없는 전쟁을 반대하는 아랍인을 아랍 경찰이 때리는 사태까지 왔다”며 “미국은 전쟁을 통해 미래 아랍 세대들의 인심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 70%가 팔레스타인계로 `철천지 원수`같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요르단 국민들은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기보다는 “요르단이 미국의 식민지로 전략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요르단 암만=조환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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