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중동’

정상명 대검 차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김종빈 전 총장 사퇴와 관련, 집단행동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면서 일선 지검ㆍ지청은 17일 겉으로는 이렇다 할 반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이 내부 통신망을 통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동반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동요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이용주 검사는 전일 천 장관에 직접 동반사퇴를 촉구하는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총장 사퇴와 관련해 공식 모임은 없었다”며 “이 검사가 충정의 차원에서 개인 소신을 밝혔다고 본다”고 말해 검찰이 이번 사건으로 독립성이 침해당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평검사 회의 등을 통해 모종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함께 지금은 조직 추스르기에 나설 때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이번 사태로 흥분된다고 해서 무책임하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심정적으로 장관의 동반사퇴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느냐는 문제는 별개”라고 말했다. 한 평검사도 “법무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일부 검사의 주장이 검찰 전체의 주장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조직을 위해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신중론은 이번 사태가 평검사 회의 등 집단행동을 촉발시켰던 형사소송법 개정 파문 등과는 성격이 다르고 검찰 전체의 의견이 백중세로 엇갈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강력한 경고를 하고 조직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일선 검사들마저 동요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게 수뇌부는 물론 상당수 평검사들의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 평검사들이 내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평검사 회의 소집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직까지 총장 사퇴 파문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