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생들이 1인당 최고 1억원의 지원금을 받고도 창업 대신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 '먹튀' 행각을 벌여 충격을 주고 있다.
중진공은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재학생 퇴교조치와 더불어 졸업생들로부터 지원자금을 환수해야 함에도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창업을 포기한 일부 졸업생들은 졸업 후 1년 안에 사업을 접을 경우 지원비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법인을 그대로 두고 '사업 흉내'만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지난 2월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생 가운데 일부는 졸업도 하기 전에 관련업체에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해 식품 관련사업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로 입교한 A씨는 졸업도 하기 전에 학교 몰래 관련 동종업체에 들어가 월급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창업사관학교 졸업생들이 비단 A씨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다른 기업에 취업은 하지 않았지만 창업 노력 대신 시늉만 하며 딴 짓을 하는 졸업생들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1기 졸업생들을 꽤 만났는데 사관학교에서 경고를 받지 않을 수준으로만 법인을 유지하고 사실상 다른 일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깜짝 놀랐다"며 "사업에 집중하기보다 취업 등을 통해 겸업하는 사람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한 1기 졸업생은 "창업자금을 정부에서 그냥 주기 때문에 교육받을 당시에도 창업자들이 '대박'이라고 뒤에서 많이 좋아했다"며 "사관학교 측에서 200명이 넘는 졸업생을 일일이 관리하지 못하니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사업가를 육성한다는 명목하에 지난 1년간 1인당 1억원 이내, 총 180억원의 예산이 청년사관학교에 투입됐다. 그러나 이 같은 먹튀 현상으로 최소 수십억원의 세금이 그대로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창업사관학교 먹튀 졸업생에 대한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중진공 측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졸업생 실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중진공은 또 올해 240명 내외를 뽑을 예정인 2기생의 경우 기존 연 2회 퇴출절차를 3회로 늘리고 초기부터 최대 140명까지 걸러낸다는 뒷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창업사관학교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청년 CEO를 길러낸다는 목표하에 만 39세 이하 창업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 경기 안산시 중진공 연수원에서 문을 열었다. 정부로부터 지난해 212명이 1인당 평균 약 7,000만원의 사업비를 무상 지원받았다.
창업사관학교는 각 사업준비생이 필요로 하는 사업비의 70%를 보조하며 1인당 최대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졸업 후 1년까지만 사업을 유지하면 아무 조건 없이 창업자들에게 주는 돈으로 상환이 필요한 대출이나 지분을 내줘야 하는 투자와는 전혀 다르다.
교육생이 부담해야 하는 나머지 30%도 현물이 25%가량을 차지하고 실제 현금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해 사실상 초기 사업자금의 대부분을 정부가 대주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