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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불청객, 해파리 떼의 대공습

지구온난화로 독성 해파리 떼 잇단 출현, 경제논리 앞세운 대책 이어져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강력한 독침으로 무장한 해파리 떼가 해안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마치 1950년대식 싸구려 괴물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문구다. 하지만 이 같은 해파리 떼의 공격은 결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름 2m, 무게 180kg의 당당한 몸집(?)을 자랑하는 일명 ‘노무라 해파리’ 수백만 마리가 갑자기 출현해 온 바다를 점령했다. 독침이 달린 수 천 개의 촉수를 지닌 이 해파리는 어망을 망가트리는 것은 물론 양식 중인 물고기를 공격해 중독 시키는 등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일본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스웨덴에서는 ‘감투빗 해파리(Mnemiopsis)’가 창궐했다. 이들은 이 지역에선 볼 수 없었던 외래종이지만 무역선에 붙어 북대서양으로 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9월 이탈리아 해변에도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자주색 ‘야광원양해파리(Pelagia noctiluca)’가 몰려와 어업을 망치고 해수욕객들을 독침으로 위협했다. ‘작은 부레관 해파리(bluebottle jellyfish)’의 공격을 받은 호주 퀸즐랜드의 경우 일주일 만에 무려 600여명이 해파리에 물려 해안구조 요원들의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만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그리고 멕시코 만에 걸쳐있는 대다수 국가들이 해파리 떼의 공격을 받고 지역경제가 초토화됐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미 코네티컷 대학의 동물학자 앤 버클린 박사는 “최근의 잇단 해파리 떼 발생은 횟수나 지속기간, 지리적 위치 등이 모두 이례적인 것으로 과거의 경향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이는 해파리의 먹이가 되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증식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맹렬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학자들은 이 같은 이례적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을 꼽고 있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동물성 플랑크톤이 많아진 데다 과도한 해산물 포획에 따른 포식자의 감소가 더해져 해파리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것. 결국 해파리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지구온난화를 막고 바다의 온도를 예전 수준으로 낮추는 것뿐이다. 문제는 이것이 한 지역, 한 나라의 힘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이에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은 현재 해파리 퇴치를 위한 차선책으로 경제논리를 적용한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일본에선 해파리를 이용한 이색적 요리와 음료를 개발, ‘먹어서 없애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호주의 한 연구팀은 해파리의 독소로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해파리의 특정 성분이 화장품이나 의약품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들이 실질적인 해파리 방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유일한 길은 바퀴벌레가 건강에 좋다고 소문내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최소한 해파리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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