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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정회장 遺志 배반 말아야
입력2003-08-10 00:00:00
수정
2003.08.10 00:00:00
이병관 기자
`대북사업의 강력한 추진`을 유언으로 남긴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지 1주일이 지났다. 정회장 자살은 너무 충격적인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도 그런 것 같다. 조문기간동안 금강산관광을 중단한다더니 장례가 끝났음에도 재개한다는 얘기가 없다. 게다가 경협회의를 연기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방북을 불허하는 등 남북교류에 난관을 조성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그 같은 태도가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남측의 사업파트너를 잃은데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하며 하루 속히 정상을 되찾기 바란다.
북측은 정회장의 자살을 `한나라당이 만든 특검에 의한 타살` 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가 자기 돈을 들여 북한의 낙후한 경제개발을 해준다면 감지덕지 해야 할 일이다. 선진국들 조차 외국의 투자기업에는 온갖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대북사업이 무슨 엄청난 특혜라도 되는 양 북측이 요구한 터무니없는 독점대가를 치르다가 현대그룹과 정몽헌 회장은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공사를 현대가 계획한대로 진행시켰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개성공단조성 사업만 하더라도 2000년 8월 합의 당시 조건대로 공사가 진행됐더라면 벌써 1차공사가 완공돼 분양이 시작됐을 것이고, 그로 인해 현대의 자금난을 해소하는데도 기여가 됐을 것이다.
북한을 돕기 위한 남측의 노력에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북측의 별난 착각이다. 그 같은 착각을 하게한 데는 우리 당국과 현대에도 일부 책임이 있지만 상식이 조금이라도 통하는 사회라면 사업대가 요구가 착각임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은 북한도 그런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북한은 구태의연하게 나오고 있다. 조그만 꼬투리만 있으면 남북교류를 중단하는 구실로 이용하던 버릇을 답습하고 있다.
북한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도, 이라크 전쟁 때도 그것을 남북교류 중단의 구실로 삼았다. 회담중단도 회담 당일에야 불참을 통보하는 등의 외교적 무례를 밥먹듯 했다. 남북관계에서 인위적 난관을 조성한 사건 가운데 가장 압권인 것은 작년 6월 한국과 터키간에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는 날 서해교전을 도발한 것이다.
금강산관광 중단에 이어 지난 6일로 예정됐던 남북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계획도 무산됐는가 하면 7~8일로 예정됐던 남북철도ㆍ도로연결 실무접촉도 연기됐다. KBS가 평양에서 갖기로 한 전국노래자랑 공연에 참관키로 했던 국회문화관공위 소속 의원 중 북측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북을 거부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취했다.
북측의 이런 태도는 정회장의 유지에 배반하는 것이고 남한에서의 북한에 대한 비판여론만 심화시킬 것이다. 북한은 조속히 대화와 교류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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