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펀드투자자의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로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다면 두말 할 것 없이 성장주 펀드가 유리하다. 성장주 펀드는 강세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까지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이어가게 된다면 가치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가치주펀드는 박스권에 갇혔을 때 힘을 발휘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적절한 분할 전략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시의 방향성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은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하지만 KDB대우증권, 한양증권 등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인 2,050포인트를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 7월 이후 국내 주식을 10조원 이상 순매수했지만 아직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동성 랠리가 나타나면서 2,100포인트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구재상 K클라비스 투자자문 대표 역시 "연말까지 외국인의 자금이 꾸준히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데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한국 주식시장이 매력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까지 단기 급등하면서 앞으로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며 "경기민감주의 상승률이 너무 높아진 상황이어서 추가로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 역시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 상단에 근접해 저항감이 큰 데다 미국의 예산안 처리 등 정책 리스크도 있어 증시에 부담이 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펀드 수익률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스트스프링베스트그로쓰, KB그로스포커스 등 일부 성장주 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지만 한국투자네비게이터, 삼성코리아대표 등 일부 성장주 펀드들은 부진했다. 또 가치주펀드 가운데 신영마라톤은 성장주 펀드 못지 않은 수익을 뽐낸 반면 가치주펀드의 대표주자격인 KB밸류포커스는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이스트스프링베스트그로쓰증권투자신탁 4[주식]'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8.76%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이 7.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인 것이다. 또 '한국투자한국의힘증권투자신탁 1(주식)(A)'도 7.52%, '신한BNP파리바좋은아침희망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i)'도 7.57%를 기록하는 등 상당수 성장주 펀드들이 우수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성장주 펀드로 분류되는'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1(주식)(C 1)'은 2.76%에 그치며 코스피지수(3.72%)보다 부진한 수익을 나타냈다. 또 '삼성코리아대표증권투자신탁 1[주식](C 1)'도 1개월 수익률이 4.11%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보였다.
가치주펀드 가운데 신영마라톤은 성장주 펀드에 뒤지지 않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W'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7.02%를 기록했다. 웬만한 성장주 펀드 못지 않은 성과이다. 하지만 가치주 펀드의 대표주자 격인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C-W'는 1개월 수익률이 3.96%에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증시의 방향성에 대해 예측이 어려운 만큼 성장주와 가치주 펀드를 적절히 분배하는 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조금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지수의 부담이 있어서 성장주 펀드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넣는 방식은 위험하며 성장주와 가치주 펀드를 적절히 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외국인의 매수세로 인해 코스피지수의 박스권이 이전보다 한 단계 올라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2,000포인트에 안정적으로 올라서면 상승세가 제한될 것으로 보여 성장주 펀드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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